[기자수첩] '대국민 사기'로 끝난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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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기자] 지난달 26일 방배동 미스터피자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 이날부터 회장직서 물러나겠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미스터피자' 창업주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

이날 그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에게 2만원 비싼 '치즈 통행료' 강요와 보복 출점 논란 등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자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임하겠다"며 기자들 보는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사죄했다.

이렇듯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임하겠다던 정 전 회장의 최근 태도를 보면 그야말로 실망을 감추기가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는 했지만 정작 검찰 조사에서는 법 위반 사실이 없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 과정에서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납품업체를 끼워 넣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맹점 탈퇴 조합을 만든 점주 중 이를 주도한 매장 근처에 직영점을 만들어 영업을 방해하고, 이들 매장에 재료를 공급하지 않도록 관련 납품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치즈 통행세' 명목으로 10킬로그램 기준으로 2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한 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추가 비용은 유통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의 당혹스러운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급기야 최근 회장직을 사퇴한 것은 검찰이 무서웠기 때문이라며 태도를 바꿔 국민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이어 탈퇴한 가맹점주 상대로 보복영업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피자업계의 불황 때문이며 출점의 경우 라이벌 업체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의 자서전 '나는 꾼이다'에는 경남 하동 산골에서 팔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갖은 농사일을 통해 일에 대한 감각을 온몸으로 익히며 자랐던 그가, 오늘날의 '미스터피자'에 이르기까지 국내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성공 창업가로서의 우여곡절 성공 스토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최근의 그를 두고 '나는 사기꾼이다'라며 비아냥대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또 이미 정 전 회장이 지난달 90도로 허리를 조아리며 했던 대국민 사과에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대국민 사과가 대국민 사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다시 한번 가맹점주를 비롯해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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