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 등 고강도 압력 예상
재협상 땐 일자리·수출 감소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미국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시작한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프랑스로 향하는 에어포스원(Air Force One) 안에서 기자들에게 "한·미 FTA는 나쁜 합의라며 우리는 한국과 재협상을 막 시작했다.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지만 한국과 무역에서 한해 400억 달러(우리돈 45조4560억원)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가장 큰 요인은 대한국 무역 적자다.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 무역대표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대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달러(15조268억원)에서 276억달러(31조4198억원)로 두 배 증가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단 재협상에 들어가면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등 무역적자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국내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국 무역적자가 가장 크다고 주장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IBK경제연구소는 '한·미 FTA 재협상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선 자동차 관세 2.5% 부활, 현대자동차 공장 이전 및 미국 현지투자확대 그리고 미국 자동차 수출확대를 위한 규제완화와, 철강 분야에선 한국산 철강 관세율 인상과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 금지 등을 요구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이런 요구가 현실화되면 당장 수출과 일자리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특히 한·미 FTA 발효로 무관세로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해진다. 자동차 부품은 2012년 한·미 FTA발효 이후 5년간 대미 수출은 연평균 6.1% 증가했다.

   
▲ 한국의 상위 10개,대미 주요 수출품목(자료=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는 지난해 154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미 FTA 발효 시점인 2011년 86억3000만달러보다 무려 80% 증가한 금액이다. 또 미국의 한국차 수입액 16억8000만 달러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5년간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4% 증가했지만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1% 증가했다. 이외에도 항공기 부품 대미 수출은 연평균 2.8%에 그쳤지만 미국은 12.4 %를 기록했다. 오히려 미국이 한·미 FTA 협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철강업체에서 생산하는 열연(熱延) 강·후판, 냉연(冷延) 강판 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선재(압연강재 중에서 조강에 속하는 제품)까지 반덤핑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통상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포스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에 11.7%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 4월엔 현대제철과 넥스틸의 유정용강관(원유, 천연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고강도 강관)에 각각 13.8%, 24.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우리나라 대미 철강 수출액은 23억달러(우리돈 약 2조6300억원)으로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233억달러에 12%를 차지한다.

IBK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기계산업 등에 관세가 적용되면 해당 분야 수출 및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 시 향후 5년간 수출이 최대 170억달러 감소하고 15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간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에 있어서 관세 철폐 등을 맺은 협정으로 지난 2012년 3월 발효돼 올해로 5주년을 맞는다. 2011년 11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단독으로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