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그룹 비중 86%…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현대차투자증권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퇴직연금 관리 비중이 어느정도까지 줄어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퇴직연금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투자증권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은 7조7312억원으로 이 중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금액이 86.7%(6조7042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2년 말 4조1045억원으로 시작했던 적립액은 4년간 6조원대로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퇴직연금을 대부분 현대차투자증권에 맡긴 탓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5년부터 퇴직연금의 자기 계열사 비중을 50% 아래로 낮출 것을 권고 했지만 먹히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 계열 증권, 보험사로의 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매년 국감에서 지적받는 부분이지만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몰아주기 관행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의 7호(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23조2의 제1항(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에 따라 일부 대기업의 퇴직연금 몰아주기 관행은 비계열사와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위법 행위로 분류될 소지가 높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대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금투업계는 현대차투자증권이 어느 정도까지 계열사 관리 물량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은 현대차 사측과 노조가 함께 사업자 평가기준 수립 후 공정경쟁으로 선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는 운용관리기관(업무처리)과 자산관리기관(자금보관 및 운영)으로 나뉘는데, 몰아주기 우려가 있어 회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자금 운용관리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쉽게 말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퇴직연금을 컨설팅 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뿐이며 이를 통해 회사가 얻는 이익은 극히 미미하다"며 "비계열사인 일반기업의 퇴직연금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꾸준히 현대차그룹 자금 비중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분기 기준 비계열사 퇴직연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 측은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자신들의 호주머니(현대차투자증권)를 통해 자금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심상정 의원 측은 "자금관리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올해 국감에서 다시 이 부분에 대해 짚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