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업만 잡지 말고 공직 기강 세우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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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조만간 대통령과 재계가 만난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재계 수장들을 만나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부탁하고 국정운영에 협조를 구했다. 이번 만남도 그런 성격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대통령이 강조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비극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은 충분히 긍정적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투자가 늘어나 중소·중견 및 자영업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몇몇 대통령은 취임 후에 '기업 다잡기'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권력을 쥐었으니 '알아서 잘 하라'는 신호였다. 비리를 들춰내고 각종 불법을 캐냈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납작 엎드렸고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 발전안에 맞춰 입맛맞추기식의 계획을 쏟아냈다. 긍정적인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잘못된 것을 시정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조금이라도 투자를 늘렸고 기업 내부를 혁신했다는 점에서 성과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임명되면서 기업들의 낯빛은 바뀌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주창하며 오너 일가의 이익 독식을 막았던 그들이기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사정당국에서 기업들의 내부거래나 갑질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기업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의 기강 세우기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들에 대한 기강 바로잡기도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시내 면세점 선정 과정을 보면 관세청이 무리한 기준을 적용해 두 번이나 롯데면세점을 탈락시켰다. 지금까지 알려진 K스포츠·미르재단의 지원 요청 시기와 맞물린다. 결국 무리한 정부의 지시에도 ‘영혼 없이’ 무조건 따랐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업무 착오를 일으켜 공장 설립이 불가능한 산업단지 지원 시설 구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해, 분양업체들이 6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조금만 제대로 확인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이유를 들어 이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 분명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기업의 기강을 제대로 세우려면 기강이 바로 잡힌 관리들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구성원들도 윤리의식이 높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터진 ‘케이트’를 보면 공직자들이 포함돼 있던 게 대다수였다. 그러니 이번에는 확실히 바로 잡아야 한다. 기업의 부도덕과 함께 일부 공무원들의 신분을 망각한 처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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