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관세청, 의도적으로 롯데면세점 탈락시켰다"
감사원 "관세청, 의도적으로 롯데면세점 탈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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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감사 결과 롯데면세점은 2015년 1~2차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발탁됐어야 했지만 탈락됐다. 관세청 직원들은 롯데면세점에 대한 평가점수를 낮춰서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감사원)

한화·두산, 롯데면세점 대신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
"기재부, 靑지시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4개 추가 강요"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2015년 진행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이 부당대우를 받아 탈락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이를 숨기기 위해 공공기록물 자료를 파기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관세청을 상대로 2015년 7월(신규), 11월(후속)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2016년 신규특허 추가발급 방침결정 등에서 총 13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지난 2015년 진행된 2차례의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관세청은 의도적으로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해 최종순위가 바뀌게 했다. 사업자로 선정됐어야 할 롯데면세점이 2번이나 탈락하게 된 배경이다.

먼저 관세청은 2015년 7월 10일 서울에 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 등 총 3개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했다. 당시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하나투어(SM면세점)를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 직원들은 매장면적, 법규준수도,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 비율 등 3개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관세청 직원들이 제공한 잘못된 계량항목 점수를 검증 없이 평가했다.

그 결과 한화갤러리아의 평가 총점은 실제보다 240점 많게, 롯데는 190점이나 적게 책정됐다. 감사원은 정당하게 평가됐다면 롯데가 271점 차이로 면세점 특허 사업자로 선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관세청 실무자는 한화갤러리아의 매장면적을 평가할 때 화장실·에스컬레이터·계단 같은 '공용 면적'을 포함시켜 점수를 높였다. 반면 롯데의 중소기업제품 매장면적을 산정할 때는 '매장 면적'이 아닌 '영업 면적' 비율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식으로 점수를 낮췄다.

또 한화갤러리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보세구역 운영인' 점수를 빼고 '수출입업체 점수'만 인정하는 식으로 한화의 총점을 올려줬다.

2015년 11월 14일 이어진 시내면세점 후속 심사에서도 롯데는 총점 191점을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은 총점 48점을 적게 받으면서도 롯데 대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관세청은 이번에도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 '매장규모' 평가 등에서 점수 산정 방식을 의도적으로 변경했다. 평가가 제대로 됐을 경우 롯데와 두산의 총점은 각각 9420점, 9381.5점 등 38.5점 차이로 롯데가 선정됐어야 했다.

또 당시 관세청은 심사직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시내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 시 실질적인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심사위원들에게 낭독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소공동, 월드타워점, 코엑스점을 운영하고 있던 롯데면세점에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해석했다.

박찬석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장은 "평가에서 계량 항목들이 잘못 선정되거나 일부 항목의 고의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실무자들은 실수였다고 주장한다"면서 "특정 대목에 대해서 고의적인 부분을 인정하기도 했지만 그 사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아 검찰 수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폐점하게 되자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또 연 6000억원을 내는 사업장이 폐점한다는 사실에 면세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는 업계의 지적도 있었다.

업계의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던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2016년 추가 발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관세청으로 하여금 특허신청 공고요건 충족 여부 등을 검토하도록 하지 않은 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추가발급 등을 지시했다.

관세청은 요건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2016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권 4곳의 발급 계획을 발표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외부 연구용역의 자료에 이례적인 수치를 넣기도 했다.

기존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추가 발급하기 위해서는 전년도 전체 시내면세점의 이용자 수 및 매출액(판매액) 중 외국인에 대한 비율이 각각 50% 이상이어야 한다. 또 해당 지역의 외국인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여야 한다.

하지만 당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해 방한 입국자 수는 전년 대비 96만9865명(6.8%) 감소한 상태였다. 서울 외국인관광객 방문자 수 역시 2014년과 비교해 100만4710(8.8%) 줄어들었었다.

감사 결과 관세청은 연구용역을 통해 추가로 발급한 시내면세점 허가권이 1개에 불과하다고 기재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묵살하고 특허수 4개가 도출되는 산식을 만들도록 관세청에 지시했다. 시내면세점 특허권 추가 발급을 발표 시 기재부가 개입했다는 내용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면세점을 둘러싼 정책적 변화에 업계에서는 정부와 대기업 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최순실 씨와 관련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롯데가 기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자 면세점 특허권을 빌미로 보복조치를 하고 이를 대가로 추가 지원금을 받아내려 한 것 이라는 의혹이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했고 당시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출연 얘기가 오고간 것을 바탕으로 뇌물 혐의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감사원은 천홍욱 관세청장을 고발 조치하고 면세점 담당자 10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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