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김정은 바로알기
[홍승희 칼럼] 김정은 바로알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김정은은 아무래도 스위스 유학시절 게임만 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것도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을. 스위스에서 친구를 사귀거나 했다는 증언들은 나오지 않는 데 비해 근래 군사력 증강과 미사일 발사시험 등에 열 올리는 모습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과도 유형을 달리하며 오로지 항일투쟁 하고 해방이후 권력투쟁하며 남북간 전쟁까지 일으켰던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만을 흉내 내고자 하는 모습에서도 그런 의심은 합리적 의심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를 사귀지도 못했을 듯하고 가족 간의 깊은 유대감을 체험하기도 어려운 성장과정을 거쳤을 김정은이 게임에 탐닉했다면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실제로 그랬을 경우 그가 세상을 이해하고 상대하는 방식 역시 모든 걸 게임의 연장선상에 놓고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하다. ‘사람’은 아예 빠지고 그 자리를 무기배치 따위로 채워 넣어야 스스로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또 그런 그라면 일반 국민의 헐벗고 굶주림에도 별다른 느낌이 없을 수도 있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지극히 미약할 것이므로.

실상을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이만큼의 상상이 사실이라면 그런 김정은으로 인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전체가 어쩌면 새로운 대북 대응방식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트럼프식 대응방식에 대한 선호가 커질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가 다시 전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동북아의 패권국가, 나아가 새로운 세계질서의 패자가 되기를 꿈꾸는 중국 또한 자국의 품안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은의 북한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어떻게든 다시 목줄 잡고 끌어들이려 할 것이니 얼핏 보면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는 일이라고 반길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 또한 한반도의 미래를 불행하게 할 불길한 조짐이 된다.

북한을 지렛대로 남한까지 길들이고 싶어 하는 중국의 입장에 근본적 변화가 올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 키우는 쪽으로 나가려는 욕망이 노골화될 우려만 커질 수 있고 그 방식이 트럼프의 선제타격 가능성보다 앞선 무력시위로 나타날 위험성도 커질 테니까. 물론 경제성장에 목마른 중국이 당장 동북아에서 미국과 충돌할 수 있는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지만 국제여론전으로 영토분쟁을 여기저기 일으키는 일본 방식이 아니라 중국 방식은 아예 틈만 보이면 주변국에 무력분쟁을 일으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과거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 틈을 이용해 티베트를 침공해 흡수했고 오랜 내전 끝에 만신창이로 갓 통일된 베트남을 침략하기도 했다. 물론 그 침략으로는 얻은 게 없지만 지금도 인도와 무력분쟁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62년에도 인도와 한판 붙었던 전력이 있고.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은 양쪽 모두 지독한 영토 확장 욕심을 드러내고 있어 우리 입장에서 굳이 어느 한편을 들어줄 이유가 없지만 주변지역에 대한 중국의 욕심이 끝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중국에 비하면 평화헌법에 묶여있는 일본은 아직 무력분쟁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까지 여기저기 분쟁지역을 만들거나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다 평화헌법 개정을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한반도 문제에도 미국을 등에 업고 끊임없이 입질을 해대고 있다. 우리로선 여전히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불안한 이웃이다.

이런 판에 김정은은 최근 ‘중국은 못 믿겠다. 러시아와 가까워지겠다’며 새로운 외교 패를 던졌다. 6.25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한발 물러난 데 더해 60년대 후반부터는 북한에 대한 원조도 중단한 러시아 또한 푸틴의 집권 이후 한반도에 대해 다시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6자회담에서도 별 역할을 하지 않았던 러시아가 다시 회복된 경제를 바탕으로 한반도라는 잔칫상에 숟가락을 얹을 기세를 보이는 것이다. 현재로선 우리와도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서 전쟁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질수록 우리의 위험이 커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상황을 끌어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운전대는 반드시 우리가 잡고 있어야 할 일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