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6년…기업 배상 현황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6년…기업 배상 현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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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제한적' 배상…상당수 미온적
文대통령 "정부 책임" 언급기류변화에 피해자들 기대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6년이 지났지만 가해 기업 사과와 배상은 미적지근하게 이뤄지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배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해자 측은 1·2등급에만 한정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판매하고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을 비롯해 제품을 판매한 애경과 이마트 등은 사과와 배상에 미온적이다. 이들은 옥시를 비롯해 배상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과 다른 원료를 사용했고, 질병관리본부 독성실험에서 이 물질과 폐 섬유화와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는 크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으로 나뉜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정부 역학조사에서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살균제 원료 CMIT·MIT는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현재 환경부가 이에 대한 실험을 다시 진행 중으로 올해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책임을 면했던 기업들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질본 실험 결과 CMIT·MIT 독성은 PHMG보다 강하지만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와 기업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독성 물질은 모르고 사용해도 과실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을 출연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는 기업은 옥시다. 옥시는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기업으로 꼽힌다. 환경부 용역조사에 따르면 병원치료를 받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운데 64%가 옥시 '옥시싹싹뉴가습기당번' 제품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회사는 지난해 5월부터 피해자들과 배상 방안에 대해 논의, 성인 피해자에게 최대 3억5000만∼5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배상안을 발표했다.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영유아·어린이에게는 총 10억원을 지급한다. 정부 가습기살균제 피해 1·2차 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 183명 가운데 182명이 옥시 측에 배상 신청을 했으며, 이달 30일 기준 85% 배상 합의가 완료됐다. 3차 피해자에 대해서는 최종 배상안을 검토 중이다.

옥시와 마찬가지로 PHMG를 함유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사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후 피해를 입었다는 판정이 나온 피해자 48명을 대상으로 배상에 합의했으며, 홈플러스는 피해자 6명과 합의했다.

3년 동안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며 피해자 27명(사망자 14명)을 양산한 세퓨는 법원으로부터 피해자를 상대로 3억692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세퓨는 폐업을 했기 때문에 배상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한 용역연구에서 밝혀진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제품별 사용비율. (그림=환경보건시민센터)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배상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자 단체는 피해 1·2등급에만 한정된 점과 나머지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피해자와 환경단체는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 위해 지난 26일부터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 기업에 대한 '처벌촉구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제조·판매 회사들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제조·판매 기업들의 책임을 반드시 묻고 응분의 죄값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SK케미칼은 전체 시장제품 원료 대부분을 공급한 참사의 몸통"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꼽고 있다. SK에 흡수된 유공이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유공 엔크린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해 2001년까지 8년간 판매했고,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165만개 '가습기메이트' 완제품을 만들어 애경에 공급했다는 이유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SK케미칼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가운데 90%가량을 공급했지만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대로 SK케미칼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제품개발과정에서 제품 안전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대대적인 홍보로 판매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SK케미칼 측은 "2000억원 규모 상생기금협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올해 말 발표되는 정부 역학조사 결과에 따른 배상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답변을 할 수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피해 단체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항 가운데 '정부 책임'도 포함됐고,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국가차원의 사과를 발표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문제가 소극적으로 다뤄졌지만, 이번 정부에는 거는 기대가 크다"며 "정부가 사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인정하고, 문제를 본격적으로 풀겠다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피해자들은 △지속가능한 해결책 마련 △기업 사과와 배상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고 있는 옥시 배상 책임자는 "회사가 사라지거나 발뺌할까봐 불안해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와 가해 기업이 다함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예용 소장은 피해자와 사망자 전체를 파악하는 것을 진상 규명의 핵심으로 꼽으며 "정부 조사 결과 병원치료자는 30만~50만명으로 나타났지만 이 가운데 피해 신고자는 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직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내야하며 이들을 찾아 진상 규명 하지 않고서는 이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14일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모두 5628명으로, 이 중 1197명이 사망했다. 환경부 의뢰로 학계가 조사한 병원 치료 피해자 30만~50만명의 1.1~1.9%에 불과한 수치다. 현재 피해자에 대한 4차 조사가 진행 중이며 앞서 280명이 1·2단계로, 702명이 3·4단계로 판정받았다.

가해 기업들은 가습기살균제 구제 기금 2000억원의 분담액 비율에 대한 합의를 보고 있으며 8월께 기금이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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