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여름 무더위를 잠깐이나마 씻어주는 것을 꼽으라면 맥주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여름엔 맥주'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최근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가 강세다. 이름도 생소한 수입맥주지만 가격을 무기 삼아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는 상반기 수입맥주 매출이 생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주당(酒黨)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술에는 높은 세금이 붙는다. 이 때문에 주당들 사이에선 “내 몸 버려가면서 교육과 복지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오간다. 그만큼 세금이 많이 붙는 것에 대한 반대 심리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세금이 많이 붙는 것을 감안하면 수입맥주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인다. 수입을 하게 되면 당연히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출고가가 비슷하다면 당연히 수입맥주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동안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됐던 6개들이 1묶음에 1만원의 수입맥주는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 판매했던 것일까?

일부 그런 수입업체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익을 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생산 맥주와 수입맥주의 주세 적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생산 맥주는 생산원가에 판매관리비, 인건비에 기타 비용이 더해진 후 주세가 매겨진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원가에 관세가 더해진 후 주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관세보다 규모가 큰 광고·마케팅 비용이 더해진 후 붙는 주세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바로 6개들이 1묶음에 1만원하는 수입맥주가 탄생한 비밀이다.

직장인들은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각종 세금으로 인해 얇아지는 지갑을 보며 한숨짓는다. 그러면서 매출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는 고소득자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이들은 공평한 세금 부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소득자들에게서 세금만 제대로 거둬도 ‘유리 지갑’이 사정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과세는 누구나 공평하게 내야 한다. 특정인, 특정 기업에 세금을 적게 물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과세 당국은 같은 맥주임에도 국내생산 맥주와 수입맥주의 주세를 부과하는 시점을 달리하고 있다. 이는 국내생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로 보일 수 있다. 수입맥주의 판매가 많아지면 국내 수입업체들도 돈을 벌지만 해외의 맥주제조사들도 이익을 챙기게 된다.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한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다.

수입주류에 부과되는 주세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국내생산 맥주와 부과 시점을 달리해야만 한다면 당장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산업을 위기로 몰아붙이는 협정이라면 재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혜는 주지 말아야겠지만 차별을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