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기자가 대학 시절 정치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라는 책을 탐독한 적이 있었다.

제목만 봐서는 맥도날드의 경영에 관한 책인 듯 싶지만, 패스트푸드점의 원리로 미국이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교육, 노동, 의료, 여행, 정치, 경제 등에 영향력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 책으로 기억한다.

1989년 소련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미·소 두 축의 냉전 시대가 종결됐고, 미국은 초강대국 황위 자리를 차지했다.

20세기에 신 로마제국의 부활이라는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미국의 영향력은 세계 곳곳에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눈 밖에 나는 순간 글로벌 왕따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국가들은 최대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선에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며 미국과 동맹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을 주창하며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나서자 대미(對美) 무역비중이 큰 국가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와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당장 수술에 큰 타격을 입게 될 처지다. 보호무역의 주요 핵심이 관세를 강화해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 첫 방미 순방길에 삼성,LG,SK 등 재벌기업을 포함 52개 기업이 경제인단으로 동행 했다.

경제인단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에 총 352억달러 우리 돈 40조원의 통근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경제인단은 앞으로 5년간 총 128억 달러 우리 돈 14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고, 직접 투자 이외에도 2021년까지 셰일가스와 항공기 분야에서 총 224억달러 우리 돈 25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국내 경영계는 이번 경제인단의 통 큰 투자로 보호무역으로 긴장관계를 유지한 한국과 미국이 관계를 해소하고 통상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정작 국내 실업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정책을 내놓자 경제단체는 민간기업에 일방적으로 일자리를 강압한다고 비난했으면서 말이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사내 유보금은 쌓아놓으면서 국내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투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국내 경기 부진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경기침체만 탓하고 있다.

지난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경제 위기와 구조개혁이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에서 소득분배의 순환경로가 막혀 분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던 것이 떠오른다. 박 전 총재는 과거에는 기업소득이 국내투자로 연결돼 고용과 가계소득 증대로 선순환됐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국내투자를 피하고 해외에 투자하거나 사내유보로 쌓기 때문에 가계로의 소득순환이 제대로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만일 국내 재벌기업과 대기업들이 미국에 풀어놓은 그 선물 보따리를 국내에서 풀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국내 경기는 6월의 크리스마스를 맞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