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제 대구 안가도 돼요"…노브랜드·구미선산시장 '상생의 꿈'
[르포] "이제 대구 안가도 돼요"…노브랜드·구미선산시장 '상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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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노브랜드 구미선산시장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사람들의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고객 '호평'속 상인들, 전통시장 활성화 기대주차 시설 미흡 '아쉬움'

[서울파이낸스 (구미) 김태희 기자] "어리둥절합니더. 이 큰 과자가 3000원돈 안 하네예. 항상 장날에만 왔었는데 여는(상가) 처음 올라와봤어예."

구미선산시장에 들어선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박희자(60·여) 씨의 손에는 커다란 '버터쿠키' 과자가 들려있었다. 박 씨는 5일장에 들렀다가 노브랜드 오픈 이벤트를 보고 매장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27일 구미선산시장 상가에 들어서자 한 가운데 '상생'이라 적힌 나무다리가 눈에 띄었다. 검은 글씨의 'No Brand(노브랜드)' 간판이 있었고 시장 곳곳에는 '청년길'이라는 현수막이 달려있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노브랜드 오픈을 기념하는 부채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1층 상가를 지나쳐 건물 2층으로 올라서자 '청년몰'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그 뒤로 옷가게, 네일아트, 시장분식, 그릇공방, 캘리그라피, 비봉산버섯, 희망농장 등 17명의 청년상인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차례대로 줄지어 있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청년몰에는 총 22개 점포가 들어선다. 올해 연말까지는 임대료가 무료이며 내년부터 2만5000원~4만5000원의 월세를 낸다. 노브랜드 매장 오픈으로 인해 임대료가 오르는 것을 막고자 5년간 월세 동결을 조건으로 입점했다.

청년몰을 모두 둘러보자 노란색 간판의 노브랜드 매장이 나타났다. 매장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어린이 놀이공간이, 왼쪽에는 휴식공간인 카페가 자리했다. 카페는 무인 커피머신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비어있는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을 충전하거나 의자에 앉아 쉴 수 있었다.

고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평이었다. 30대 젊은 층일수록 노브랜드 때문에 일부러 선산시장을 방문했다는 응답이 많았고, 연령층이 높을수록 5일장에 들렀다가 우연히 매장에 들어왔다는 입장이었다. 공통된 대답으로는 "상가에 2층에 처음 올라와봤다"는 평이었다.

▲ 27일 오픈한 노브랜드 구미선산시장점에서 고객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박지혁(32·남), 황보라(26·여) 씨는 온라인을 통해 노브랜드 오픈 소식을 알게 됐다. 오픈 첫날 매장을 구경하기 위해 선산시장 5일장을 방문했다.

박 씨는 레몬음료를 들어 보이며 "구미에 없어서 대구 트레이더스에 가야만 살 수 있었던 물건들이 여기에도 있었다"며 "앞으로 선산시장에 들러 장을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씨도 "이마트를 통해 노브랜드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제품 종류가 많은지는 처음 알게 됐다"고 놀라워했다.

딸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변상월(49·여)씨는 우연찮게 노브랜드 매장을 방문했다.

변 씨는 "5일장은 자주 오지만 전통시장 앞쪽만 다니고 이쪽(상가)은 평소 잘 안들어온다"면서 "행사를 하는 것 같아 시장 안쪽에 들렸더니 노브랜드 매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매장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변 씨는 생수를 가르키며 "생수 6병에 이 가격이면 대구 코스트코보다 10원싸다"며 "사 가고 싶지만 주차장까지 들고 갈 생각을 하니까…"라며 말문을 흐렸다.

변 씨에 따르면 선산시장에는 복개천 주차장이 3개나 있다. 하지만 5일장이 들어서는 날에는 고객은 물론 상인들도 몰리기 때문에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 씨는 "주차시설만 조금 개선된다면 불편함 없이 시장에서 모든 장을 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구미선산시장 내 '청년길'에 위치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외관. (사진=김태희 기자)

오후 2시가 지나자 노브랜드 매장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다시 상가 1층으로 가기 위해 청년몰을 지나쳤다.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분식식당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은 사람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상가 1층에 내려왔을 때 정육점에서 일을 하는 최녕문(28·남) 씨와 눈이 마주쳤다. 슬그머니 다가가 오늘 시장 분위기를 평소와 비교해달라고 물었다.

최 씨는 "평일에는 시장에 사람이 없는데 이렇게까지 많이 몰린 것은 주말 말고 처음이다"라며 "원래 50~60대가 주 고객이었는데 오늘 30~40대까지 고객 연령층이 젊어진 걸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브랜드가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면서 "구미에 있는 친구들이 카톡으로 선산시장에 노브랜드 오픈했냐는 질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브랜드로 인해 자신의 일터인 시장이 발전하면 더욱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노브랜드 모객 효과가 반짝 몰이에 그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김 모씨(55·여)는 "청년몰이 원래 5일장이 들어서는 날에만 가게를 열었었고 그러다보니 장사가 잘 안 됐었다"면서 "오늘이야 5일장이 열려서 사람이 많지만 평소에도 방문객이 많아질지는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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