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시대' 막 내렸다…'껌장사에서 재계서열 5위' 파란만장
롯데 '신격호 시대' 막 내렸다…'껌장사에서 재계서열 5위' 파란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립 70여년 만에 경영 손 떼…日 롯데홀딩스 이사 퇴임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산업팀]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5·사진) 총괄회장이 24일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8년 도쿄(東京)에서 롯데홀딩스의 전신인 ㈜롯데를 창업한 지 약 70년 만이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13개에 달하는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일본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한 신 총괄회장을 이사진에서 배제한 새 인사안을 의결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잇따라 물러났다. 현재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롯데알미늄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 이마저도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8월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신 총괄회장은 1922년 경남 울산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고 20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 우유 배달로 고학하며 기업가의 꿈을 키웠다. 우유배달 아르바이트생 시절 늘어난 고객과의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던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사업 초기 폭격으로 두차례에 걸쳐 사업장이 전소하는 실패를 겪었지만 다시 '풍선껌'으로 재기했다. 1948년 도쿄에서 껌 제조사인 '롯데'를 창립했다. 롯데그룹의 시발점이다.

이후 롯데는 초콜릿(1963년), 캔디(1969년), 아이스크림(1972년)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일본 현지 대표 제과기업으로 성장을 이어갔다.

신 총괄회장은 조국 한국에서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고, '기업보국'을 기치로 1967년 롯데제과 설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

식민지 시대 일본 유학 중 소규모 식품업으로 출발한 롯데그룹은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 유통, 관광, 석유화학 분야를 망라해 매출만 90조원이 넘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롯데는 1970년대 롯데제과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을 잇따라 설립하며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1973년과 79년에 각각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설립하며 유통·관광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또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사업에 진출하면서 그룹의 기틀이 마련됐다.

1980년대에는 식품, 관광, 유통, 건설, 화학 등에 걸쳐 진용을 갖춘 롯데그룹은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았고, 잇단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오늘날 국내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는 롯데가 우량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준비기였다. 동남아 및 일본, 미주 시장으로 식음료, 유통관광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가속화했고 롯데정보통신과 롯데닷컴 등의 계열사를 설립해 IT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7년 말 시작된 'IMF 체제'라는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갔다.

2000년대 롯데는 식품, 유통, 관광·서비스, 화학·건설·제조, 그리고 금융까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크고 작은 인수합병(M&A)도 성공적으로 진행시켰다.

2009년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발표한 이후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롯데그룹 총 매출액은 92조, 해외 매출액 11조6000억원, 직원수는 12만5000여명에 달한다. 올해는 신 총괄회장의 '염원'이었던 '롯데월드타워'가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경영권 분쟁,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오너 일가가 소송전을 벌이는 등 그룹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뒤숭숭하다.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95세의 고령인데다가 신체 및 정신 건강도 떨어져 올들어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인 지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이 사업적 감각이 뛰어난 경영자였지만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후계구도 마련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쇄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한국 롯데 창립 50주년을 맞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목표로 내건 새 비전을 공표하고 지주사 전환 및 조직구조를 개편하기도 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