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룩해진 풍선' 非은행권 대출…고금리 장사 '눈총'·당국 '뒷짐'
'불룩해진 풍선' 非은행권 대출…고금리 장사 '눈총'·당국 '뒷짐'
  • 김희정·서지연·손지혜 기자
  • khj@seoulfn.com
  • 승인 2017.06.23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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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증권·보험·카드사 대출 '저금리 기조' 무색…"제재 근거 없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서지연 손지혜 기자]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누구나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사회에 진입하면서 비은행권 금융사들의 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를 틈탄 '고리 돈장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수년간 일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법정 테두리 안에서 금리 산정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근거는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가 박스피(코스피+박스권)를 돌파하자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날 대비 256억원 늘어난 8조4563억원으로 8거래일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별 잔고는 유가증권시장 4조320억원, 코스닥시장 4조3768억원이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잔고가 4조원을 넘은 건 6년 만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금액을 뜻한다.

보험사들의 약관대출도 증가세다. 보험 약관대출은 자신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고객이 보험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다. 지난 1분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 4개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8조73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340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 약관대출 잔액도 2677억원 증가했다.

대부분이 자동차 할부인 카드사 내구재할부금융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를 비교했을 때 내구재 할부금융을 운용하는 5개 카드사(KB국민, 롯데, 삼성, 신한, 우리카드)의 운용 금액은 3조5538억원에서 4조921억원으로 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은 미세하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12조7000억, 8조9000억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금융사들의 '고금리 장사'다. 업권별로 보면 대부분 증권사는 7% 이상의 고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보험사가 취급하는 약관대출 금리는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 이상 정도다. 카드사 내구재할부금융 금리는 최소 1.50%에서 최대 10%가량으로 책정된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대출 금리의 경우 각각 5.90~26.90%, 4.90~25.90%에 달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2%p 떨어진 1.25%에 머물러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비은행권 금융사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확한 금리산정 체계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 대한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고려해 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경우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로, 보험사는 보험료를 담보로 잡고 있어 실제 금융사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들 금융사들은 높은 금리를 통한 안전한 '돈 장사'로 큰 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책인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지 1년이 지나면서 비은행권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풍선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질타를 받아왔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은 아직도 없는 상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풍선효과 심화는 가계부채의 질적인 악화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조 연구원은 "취약계층일수록 대출규제가 강화된 은행권에서 밀려나 비은행권 대출을 늘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계대출의 신용위험 상승 등으로 금융기관들의 대출 태도가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비은행권 금융사들의 금리산정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책정되고 있다면 현행법 상 이를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비은행권 금융사들이 시장논리에 따라 금리를 책정하고 있는데다 이를 각 금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고객들이 금리를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감독국 관계자는 "고금리라해도 법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 밖으로 넘어가는 경우에만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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