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지연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

혁명(revolution)이란 '이전의 제도나, 방식이 단번에 무너지고 질적으로 새로운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제1차 산업혁명), 20세기 초 전기의 등장(제2차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제3차 산업혁명)이 그러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 번의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는 말 대신 기차와 자동차를 타게 됐고, 수많은 전자기기들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손쉽게 처리·공유하게 됐다. 즉 세 번의 성공한 산업혁명은 다수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진보(進步)시켜 왔다.

제4차 산업혁명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진보시키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조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제4차 산업혁명이 다수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게임을 즐기고, 드론을 날리며, 음성인식 AI(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해 날씨를 묻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같은 변화는 혁명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삶에 파고들지는 못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이들 기술이 소비자의 필요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제품들은 제한된 기술개발 수준, 각종 규제에 따른 기술 간 연계의 한계 등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재미'와 '새로움' 그 이상의 편의를 제공하지 못했다. 가상현실, 드론 분야의 오락 중심 제품 개발은 사용자층을 아동, 남성 및 일부 마니아층에 국한시켰다. 음성인식 AI 서비스도 음성인식 기술 그 자체는 획기적이었을지 모르나 현재로서는 활용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구입 후 실질적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술은 제품화되어 소비될 때 효율성이 극대화 된다. 과거 증기기관차와 자동차의 발명, 전기의 등장, 인터넷의 활용 등은 인간에게 이동의 편의, 기계의 활용, 제약 없는 정보의 교류와 같은 절대적 편의를 제공했다.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절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에 파고들기 위해서는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관한 모든 결정이 소비자의 '필요'에 근거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인간에게 긍정적인 것인가에 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긍정성은 기술을 통해 얻는 이익(benefit)과 감수해야 하는 위험(risk) 사이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평가된다. 모든 기술은 필연적으로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을 통해 얻는 이익이 감수해야하는 위험의 크기보다 클 때, 우리는 그 기술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은 긍정적인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제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이익과 위험성에 관한 논쟁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성에 관한 논쟁이 활발하다.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 관련 제품의 안전성 문제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보안 및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기술은 결코 이로운 것이 될 수 없다.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는 수천명의 희생자를 낳았고, 견고하지 못한 개인정보 보호 제도는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불법 유통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유발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 혁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술의 개발 과정에서부터 잠재적 소비자 피해에 대한 고려와 예방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술, 소비자를 심각한 신체적·금전적 위험에 빠뜨리는 기술은 결코 성공한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이것이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의 중심에 소비자가 놓여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