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CEO간담회> "몰아붙이기식 재벌개혁 없다"
"소수그룹 글로벌 기업화에도 국민의 삶은 팍팍" 쓴소리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김 위원장은 23일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층 챔버라운지에서 4대그룹 최고경영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 위원장이 먼저 4대 그룹에 요청해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그룹 등을 비롯한 대규모 기업집단들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이며 미래에도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 "빈말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4대 그룹의 존재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쓴소리도 했다. 그는 "우리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또한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는데 각 그룹의 경영전략, 의사결정 구도도 진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소수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국민의 삶은 팍팍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불투명한 대규모 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혹시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고도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또는 정보는 전달되었는데 적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 "제가 그런 오해와 조급증을 갖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어 하루라도 빨리 기업인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이번 간담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몰아붙이기식의 재벌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나아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를 구함으로써,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주십사 부탁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들도 정부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시기 바란다"며 "경청하겠고, 협의할 것이며,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그리고 기업인들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이런 자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늘과 같은 대화의 자리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고,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나서도 안 될 것"이라며 "오늘처럼 여러 그룹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도 있어야겠고, 필요에 따라서는 개별 그룹과 협의하는 기회도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만이 아니라 정부의 여러 부처들과 함께 협의하는 자리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수준에서 사회와 시장에 알리는 방법도 고민하고 물론 이 모든 과정은 기업인들과 충실히 협의하겠고,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코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