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부실채권 덤핑 '위험수위'
카드사 부실채권 덤핑 '위험수위'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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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등 수익 '짭잘'...업계, 캠코 가격 재산정 요구
정크본드 시장 활성화 등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금감원의 적기시정조치를 피하기 위해 카드업계는 연체채권과 상각채권 등 부실채권을 덤핑에 가까운 헐값에 내다 팔고 있어 향후 카드사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연체채권을 매각할 경우 연체율을 낮출 수 있으며, 상각채권은 이미 손실로 처리했기 때문에 매각시 특별이익이 발생해 조정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연체채권의 경우 상각채권에 비해 회수율이 높다는 점에서 유동성 위기를 넘긴 뒤 카드업계의 향후 수익성악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어서 카드사들의 연체채권 매각이 유동성 위기에 넘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카드사의 장기적 수익성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각채권의 경우 5년간 보유하면, 회수율이 50%에 달하지만 거기에 비해 연체채권의 경우 2년만 보유해도 회수율이 80%에 이를 만큼 수익성이 높다”면서 “만약 카드사들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연체채권을 대거 매각할 경우 2년 이내에 수익성 악화로 몇몇 회사는 또 다시 유동성 위기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캠코는 6월말 안에 약 1조원 가량으로 자본을 투여, 카드사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일 방침이지만, 매각 가격을 보수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카드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이와관련,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카드사들의 부실채권 회수율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이어서 카드사들의 기대만큼의 가격을 제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 캠코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헐값이라는 지적과 관련“자체 평가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채권의 질에 따라 장부가의 0.9%~18% 까지 산정하고 있으며, 론스타 등 외국계들과 인수조건이 다른 만큼 우리와 조건이 맞는 카드사와 거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론스타가 몇몇 카드사의 부실채권을 인수할 때 대금을 분할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소 매입가격이 낮더라도 현금으로 지급하는 만큼 거래 조건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채권의 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론스타 등 외국계가 제시한 수준만큼 캠코가 제시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캠코는 향후 경기 악화로 카드 채권 회수율에 대한 전망이 높지 않은 만큼 인수 가격에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라 업계의 요구가 반영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카드업계는 캠코의 부실채권 인수 가격을 재산정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캠코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업계로부터 들은 바 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카드사들의 부실채권이 헐값에 매각되는 데는 부실채권 인수자가 적은 반면 공급은 넘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연체채권과 상각채권 등 부실채권을 경쟁적으로 내놓다 보니 턱없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과잉 상태에 놓인 데다 워낙 부실채권 인수가격이 수백억원 단위의 거액이다 보니 인수자도 캠코와 론스타 등 몇몇 외국계 자본 뿐에 불과하다. 카드업계는 은근히 CRC 등 타 금융기관 등이 부실채권 인수전에 나서주길 바라는 눈치지만, 자금 여력 부족으로 겪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인수에 선뜻 나서지 않는 데다 CRC 등 비교적 자금동원 능력이 되는 금융기관들은 규제로 인해 인수 전에 뛰어들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정크본드(junk bond) 시장이 국내에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자금시장의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의 미형성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외국계 자본의 카드사 부실채권 독식에 따른 국부 유출논란도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몇 외국계 자본들이 다급한 사정에 몰린 카드사들의 부실채권을 독식하다 시피하고 있다.

론스타의 경우 삼성카드 외환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로부터 약 1조 7천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20% 안팎에 사들여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론스타는 신한신용정보 회사의 지분을 매입, 독자적으로 부실채권 추심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미 론스타는 카드사나 신용정보회사의 채권 추심 전문가들을 고액의 연봉으로 스카웃트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론스타는 다급해진 카드사들의 부실채권을 인수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대금 지급도 분할로 하는 등 유리한 조건에서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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