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법 위반 혐의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직권조사"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벌개혁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집단의 규모와 상관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과거 정부가 기업인을 초청해서 마치 상생 협력대회를 여는 그런 방식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고 지속할 수 있지도 않다"며 "재계인사와 만남을 정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언급하면서 "대통령과 기업인의 비공개 독대 과정에서 정경유착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자살행위"라며 "그런 위험성을 너무 잘 알고 그래서 그런 방식의 진행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법 개정에 대해서는 "을의 입장에서 상의해야 할 갑들이 너무 많다"며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상조 공정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재벌개혁과 관련해 기업과 지속적인 협의를 밝혔는데, 상시적 협의체를 둔다는 말인가.

=상시적 공식 협의체를 만들 생각은 없다.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다. 각각의 특수한 사정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포괄적인 접근 방식으로 상시 협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필요에 따라 다수의 기업관계자와 정부 인사가 만나는 계기는 있겠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향후 기업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보다 중점은 개별 기업의 특수한 사정을 초점에 둔 개별 협의는 있을 것이다.

▲ 4대 그룹과 만난다고 했는데 정확히 누굴 만난다는 것인가.

=어떤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대한상의에 전달했다. 가장 관심 있는 것이 총수이냐 아니냐 CEO냐는 것이 관심일 것 같은데 확정이 되면 말씀드리겠다.

양쪽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희망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한상의가 연락을 취하면서 조정돼야 할 것인데, 기업들이 제약을 받을 수 있어 말씀드리지 않겠다.

▲ 재계와 만나는 것이 부적절한 만남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 과거 정부가 그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사태 그것이 바로 재계와의 부적절한 미팅 속에서 이뤄졌다. 바로 그 문제인데 정례화하는 것은 굉장히 부정적이다.

과거 3개월에 한번씩 초청하고 상생 협력대회를 여는 것 같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과 대통령 독대 과정에서 정경유착이 불거지는 것은 곧 자살행위라는 것을 현 정부 구성원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밀실에서 만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경제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사회적 대타협 강조했다.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민주주의 의미와 그 가치를 폄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들도 대화 대타협에서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

대화 절차가 공정위원장 경제부총리 총리 대통령도 될 수 있을 것인데 적법하면서도 적절하게 이뤄져야지 중간과정 생략하고 독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해결 방식은 아닐 것이다.

▲ 일감 몰아주기 기준 강화는 시행령으로 하나 법 개정으로 하나.

= 내일 국정 자문위원회에 가서 협의할 사안이다. 지금은 (신분이)자유로운 교수나 시민단체 소속이 아니라서 내가 을의 처지에서 상의를 해야 할 갑들이 너무 많다.

협의 전에 내 의견을 결정처럼 말하면 그분들이 매우 역정 내고 내가 일하기 어렵다. 그 부분은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

▲ 우리 경제에서 공정한 시장질서에서 벗어난 부분은 어디인가? 공정위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내수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 주요 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2~3개만 들어가면 그 시장이 포화한다.

대표기업이 2~3개밖에 없는 산업이 매우 많다. 그 밑에서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기업 처지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2~3개밖에 없는 근본적인 산업구조 문제를 겪는다.

이런 상황이 종속거래, 갑을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각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기업들은 과거 놀라운 성공의 결과로 지금 그 산업에서 큰 힘을 가지고 됐다. 자유로운 사적 계약의 원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유로운 선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문제점이 표출된다.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우리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으로 인해 시장 주체들 간의 거래가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 되지 못하고, 어떤 의미에서 갑을관계가 되는 문제가 있다면 그런 점들을 행위규제, 더 나가 구조규제를 통해서 우리 시장이 더욱 공정한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 공정한 시장 경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하셨던 말씀이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이는 경제민주화를 논의했던 과정에서 상당수 동의하는 공통분모다.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그 결과 분배가 형평 해야 한다.

다만 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쪽에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념적 스펙트럼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이 세 가지 요소 다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한 시장 질서도 이 세 가지 요소를 포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