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라인몰과 제약회사 영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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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컨베이어 벨트가 처음 생겼을 무렵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기업 생산성은 월등히 높아졌다. 반면 많은 노동자는 거리로 나앉아야 했다. 최근 제약업계를 바라보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제약사들이 온라인몰을 개설하고 있다. 올해에만 두 회사가 발을 담갔다. 의약품 재고 관리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전산 시스템으로 약 판매 현황을 수시로 확인해 생산 물량을 조정한다. 도매업자에게 지급하던 수수료가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약사들은 버튼 하나로 필요한 의약품을 구매한다. 영업사원과 대면하지 않아 강매 요구도 피할 수 있다.

분명 서로에게 편리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했던가. 일부 영업사원들이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약사를 만나며 의약품 주문 관리를 하던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은 담당 약국에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고, 주문받는 일을 한다.

우려는 현실화돼가는 듯하다. 모 약사에 따르면 온라인몰 출시로 실제 영업 인원을 감축한 제약사도 있다. 사원이 영업을 책임지는 지역은 더 넓어졌으며, 한 약국을 방문하는 횟수도 크게 줄었다. 사원 역시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몰은 사실상 영업사원 인원 감축을 위한 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들은 이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계가 처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업사원은 의약품 소개만 할 뿐 제품 배송과 결제 업무를 더이상 맡지 않는다.

민감한 내용 노출을 꺼리는 회사는 쉬쉬한다. 전혀 아니라고 손사래 칠 뿐이다. 사업보고서에 직원 수가 줄었다고 명시됐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회사 측은 내근직에 변동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온라인몰이 생기면서 영업사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딱히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한정된 정보가 더 생겨날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영업사원이 회사 내 다른 업무를 맡게 하면 된다는 대안마저 거론된다. 제대로 된 교육이 없다면 이탈자만 늘어날 것이다. 회사들은 부정하며 숨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의논하고 대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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