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韓·美 금리 역전 가시화…한은, 금리인상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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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韓 인상 대응 수순…1360조 가계빚 부담 상충
先가계부채 대책 후 경기 추가 개선 시 인상 고려할 듯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미 금리 인상 단행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고한 대로 추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한-미 금리차는 10년 만에 역전 수순을 밟는다.

외환위기 당시 자본유출 트라우마를 겪은 한국은행도 미국의 긴축에 대응해 시차를 두고 금리 인상 카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섣불리 금리 인상의 위험 요인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1360조원으로 불어난 가계 빚 뇌관에 불을 붙일 수 있어 금리 인상은 한은 입장에서 가능한 미루고 싶은 카드다. 여전히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아직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지 못하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한다.

◇"韓 시장 튼튼해졌다" VS "외환위기 트라우마"…자본유출 '촉각'

미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한 1.00~1.2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미 정책금리 상단이 사상 최저치 한은 기준금리(1.25%) 수준과 같아진 것이다. 미 금리 인상 속도도 탄력이 붙었다. 미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추가 인상에 나섰지만, 올해에는 3월과 6월 두 차례의 인상을 단행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연준은 점도표 전망을 통해 올해 한 차례의 추가 인상 신호를 나타냈다. 빠르면 오는 9월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어 연내에는 한-미 금리차 역전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양국 간 기준금리 역전은 지난 2007년 8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연준은 올해 말부터 자산 축소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확실히 했다. 연준 긴축의 강도가 이전 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한은도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 시점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미 FOMC를 앞둔 지난 12일 3년 만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이를 고려한 신호다. 이 총재는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이에 대해 "미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반영해 5월 금통위 때보다 반 걸음 더 나가는 메시지를 주려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자본유출을 경험한 한은은 한미 금리차 역전 때마다 시차를 두고 금리를 높이면서 대응해왔다. 지난 1999년 6월 미국 금리가 한국 기준금리 보다 높아지자, 한은은 2000년 2월 기준금리를 4.75%에서 5.0%로 인상했다. 2005년 8월 기준금리 역전 때에는 두달 만에 기준금리를 3.5%로 올렸다.

다만, 최근에는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 이전보다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의 체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많아진 만큼 실제 시장 변동성에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앞서 한미 금리차 역전 자체보다 여타 위험 요인이 가중됨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더 크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DB

◇경기 낙관론 경계·가계 빚 우려 여전…정부 정책 뒷받침 '주시'

한은은 미 금리 인상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총재도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 발언 직후 "당장 긴축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회복세에 돌입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특히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인하되는 과정에서 1360조원으로 불어난 가계 빚 부담은 금리 인상 선택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은 오는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의 성장률 상향 가능성을 일찌감치 인정했지만, 성장률 3% 회복 가능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최근 "민간소비의 회복이 더뎌 연간 3%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다소 버거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1분기 경제의 1.1% '깜짝 성장'과 수출 회복이 본격화로 제기된 경기 낙관론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은 당장 가계의 상환 부담을 증대시켜 미약한 소비 회복 여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p 오를 경우 우리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은 9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 기반이 미약하고 부채가 과중한 한계가구의 경우 금리 인상이 부실로 직결될 우려가 크다.

이에 오는 8월로 예고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시행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 정책의 보완이 선행될 때 금리 인상 선택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재정 집행 효과로 경기 회복세가 보다 확대되고, 취약계층 가계부채 부담이 완화될 경우에는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유출 우려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통위원도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성장세 회복 지원을 위한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장기 지속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안정 리스크를 경감시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거시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넓여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측이 갈리는 상황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한미 금리차 역전에 더해 자산 축소가 함께 이뤄지면서 한은의 조기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될 수는 있다"며 "다만, 경기회복의 강도나 체력이 아직은 미흡한 상황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장 실장은 "경기가 예상보다 더 좋아지거나,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저책적 의지가 실현되는 등의 조건이 충족될 때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일자리 추경이나 정부의 부동산·가계부채 효과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연내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 연준이 9월에 연속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자금 흐름이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유출 압력이 본격화될 우려가 있어 연말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그는 "우려되는 가계부채나 기업부실은 거시건전성 규제로 보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금리 인상 기대를 내년 상반기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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