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협박'처럼 보이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협상'
[데스크 칼럼] '협박'처럼 보이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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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최근 건설사 직원과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화제가 금호타이어 매각으로 옮겨갔다. 전혀 다른 업종이지만 각자 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으니 관심이 있었던 듯 싶다. 건설사 직원은 금호타이어 매각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는 "꼭 중국에 팔아야 하냐?"며 격앙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채권단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해서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와는 달리 금호타이어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주관적인 원칙만을 고수하는 태도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어떻게 결론 날지 점치기는 힘들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매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채권단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연장해 주지 않을 경우 금호아시아나의 생존은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채권단이 날이 잘 선 칼의 자루를 쥐고 있는 이상 금호아시아나의 운신의 폭은 그야말로 한 뼘도 안 된다.

현재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 중 가장 큰 쟁점은 '상표권' 사용 여부다. 일단 박삼구 회장 측은 20년 사용 의무와 함께 매출액의 0.5%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매수자인 더블스타 측은 5년 의무 사용에 15년 추가 사용, 매출액 0.2%를 주장하고 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이란 늘 그러하듯 양자가 테이블에 앉아 논의하고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협상의 기본이다. 직장인들도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연봉협상에서 회사에 밀고 당기기를 하는데 하물며 수천억원이 오고가는 기업 매각 협상은 쉽지 않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매각을 하는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같은 기존 조건만을 제시하며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모양새는 '협박'에 가까워 보인다. 기존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박 회장의 경영권을 뺏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흘리고 있으니, 이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동안 버티기로 일관하던 박 회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 자체가 일종의 진전이다. 지금부터는 협상다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 입장에서 금호타이어 상표권 의무사용 기간을 20년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향후 전개될 상황에 따라서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금호산업의 사업 분야에 타이어 제조가 포함돼 있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상표를 5년간 사용한 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금호아시아나는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다시 가져와 타이어 제조에 나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금호타이어란 브랜드 사용을 포기하는 것이다. 기회를 되찾을 수 있음에도 포기하는 것인 만큼 좀 더 안정적인 이익을 얻고 싶은 것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금호타이어 매각은 머지않아 결론이 날 것 같다. 큰 규모의 기업매각이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고 잡음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채권단은 원만한 '협상'을 위한 중재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협박'처럼 보이는 채권단의 협상 자세가 개운찮은 뒷맛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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