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馬)사회는 마(魔)사회?···"노동착취·사행성게임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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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관리사, 마사회 직원 아니다"…직접채용 안 돼
경마장 내 도박 중독 예방프로그램, 안내판 없어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마사회가 '국민 행복을 향한 질주라는 비전'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도 '노동착취'와 '사행성게임' 조장에 고삐가 풀린 모습이다.

국내 1호 마필관리사 고(故) 박모 씨의 죽음으로 마사회의 책임 없는 비정규직 처우가 수면위로 부상했고, 국내 최고 수준의 도박중독 치유센터를 통해 도박중독예방에 힘써오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경마장 내에 이를 홍보하는 안내문이나 안내문구 조차 없어 사행성 게임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1호 말 마사지사 홍보하던 마사회, 열악한 노동환경엔 '나 몰라라'

지난해 3월 마사회는 한국에 단 한 명뿐인 말마사지사(말관리사) 탄생이라며 박씨를 대대적으로 보도·홍보했다.

당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는 말 마사지사를 양성을 위해 마필관리사를 대상으로 1년간 호주에서 말 마사지과정 연수를 받을 지원자를 물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가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은 국내 1호 말 마사지사 탄생에 가려 있었다.

▲ 지난달 29일 마필관리사 노조가 한국마사회 부상 동구지사 앞에서 마필관리사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993년 개인마주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마사회가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했었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되면서 마사회와 마주가 분리되었고 개인마주가 조교사와 마필위탁계약을 체결,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로 바뀌게 됐다.

마사회는 조교사의 면허인가권과 마필관리사 고용승인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필관리사와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맺지 않는다.

이처럼 말 관리사는 마사회가 아닌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기준이 없는 성과급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 노동조합 부산·경남 경마공원 지부 이석재 담당은 "기준이 없는 성과급제도인데다 조교사의 성과급 유용도 문제라면서 마사회사가 이런 구조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마사회가 열악한 마필관리사의 고용환경을 방조하고 있다"면서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해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홍보 담담은 "현재 고용구조상 (말 관리사)를 직접 채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협의체를 구성해 이들의 고용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박 예방 치료 프로그램 생색내기용?

한국마사회는 1998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도박중독 치유센터인 유캔센터가 국내 최고 수준의 임상심리 전문가, 중독상담 전문가와 함께 중독예방 교육과 심리 상담에 힘써오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스크린 경마장에는 이런 도박예방프로그램을 알리는 홍보성 유인물이나 배너광고가 설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부산 지역 내 스크린 경마장에 경비와 청소근로를 하는 조합원에 말에 의하면 부산스크린경마장 내에 도박예방프로그램을 알리는 안내문이나 안내 표지판이 없다.

몇 해 전 경마로 전 재산을 탕진한 장모 씨도 스크린 경마장 등에서 이런 예방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안내문이나 안내 표지판이 있는지도 몰랐고 도박중독예방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장 씨는 "경마장에 출입하면서 도박중독예방 프로그램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경마로 전 재산을 탕진한 뒤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았다"면서 "미리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 알았다면 도박중독에 깊게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홍보 담당자는 "경마장 내에서 방송과 안내서 등을 통해 도박 예방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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