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조종사 교육훈련비 반환 관행 논란 재점화
항공업계, 조종사 교육훈련비 반환 관행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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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은 근로 계약 기간을 마친 조종사에게 교육훈련비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가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을 받았다.(사진=이스타항공 홈페이지)

"현행 근로기준법상 위반은 아니나 정책적 정비 마련 필요"

[서울파이낸스 윤은식·박윤호 기자] 교육훈련비를 조종사에게 부담시키는 항공업계의 관행에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이스타항공은 근로 계약 기간을 마친 조종사에게 교육훈련비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이스타항공은 근로 계약 기간이 끝난 조종사에게 재계약을 거부하고 조종사 교육훈련비 1118만원를 청구했다가 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을 받았다. 애초 의무복무기간을 채워 조종사 훈련비를 돌려줄 의무가 없는 조종사에게 훈련비를 청구한 것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수습부기장을 채용해 '조종사 면장교육'과 '기종교육' 등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는 대신 4년에서 10년간 의무복무기간을 두고 있다. 조종사는 의무복무기간을 채우면 조종훈련비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부산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김성수)는 "교육훈련비 상환규정은 운항승무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일정 기간의 의무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해 퇴직하는 운항승무원에 대해 일종의 위약벌로 지출된 교육훈련비를 상환하도록 하는 규정"이라며 "일정 기간 의무를 지고 있는 운항승무원이 자의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퇴사했음을 요건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원고와 피고는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기간이 끝나자 원고(이스타항공)가 재계약을 원치 않아 피고가 퇴사하게 된 것으로 의무근무(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해 피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위약벌을 부과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련업계 일각에선 항공업계의 이 같은 관행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도 근로계약은 회사와 근로자 간의 사적자치 영역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위반되는 내용이 아니면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어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 의무기간을 정하거나 이를 위반해 위약벌 형태로 교육비를 반환하는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위법한 사항이 아니어서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민사상 책임을 다툴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이 근로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전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법률적으로는 위법한 사항이 아닌 이상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만 정책적인 마련을 통해 이런 분쟁을 풀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조계도 고용노동부와 견해를 같이하지만 조종사 훈련비 부감 규정이 부당해고 등 문제로 악용될 소지를 우려했다.

근로계약상 의무복무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계약위반사항이기 때문에 교육훈련비 반환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부당해고 등 근로자 의사에 반한 경우에는 교육훈련비 반환 책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근로계약에 따라 교육비 반환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어 보이나, 부당해고 등 근로자가 타의에 의해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경우 교육비 반환 책임 소재에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정당한 사유로 해고 하는 것은 문제소지가 될 수 없어 보이지만 악의적인 해고, 즉 부당해고의 경우에도 교육비를 반환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충분히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으로부터 신입조종사들에게 기종교육비 8000만원을 선입금으로 받았다가 부당이득금으로 조종사들에게 각 5000여 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의무복무기간을 채운 조종사는 훈련비를 반환할 책임이 없는 경우로 봐야하지만 비용을 청구한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조종사 교육훈련비는 조종사가 의무복무기간을 채우면 회사가 부담하지만 의무복무기간 안에 조종사가 자의로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한 경우에는 남은 복무기간을 따져 교육비를 반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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