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기대수명 연장+가계부채 고령화로 성장률 하회"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조동철 위원이 글로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고 있지만, 민간소비 회복이 부진해 우리 경제가 연간 3%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버거울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조 위원은 9일 한국은행 금요강좌 700회를 맞아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민간소비의 회복이 지체됨에 따라 연간 3%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다소 버거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저출산에 따라 노동투입이 제약되고 자본심화 정도도 이미 선진국 수준임을 감안할 때 향후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초반의 3% 내외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소비의 경우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소비성향 둔화, 고령층에 집중된 가계부채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성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는 "세계 경제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도 진정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의 위험요인을 간과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위험 요인으로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안, 선진국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꼽았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20년 가량의 격차를 두고 인구구조 변화와 명목성장률 추이 등에서 유사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인적자본 배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연 등 제조업 내에서 자원배분도 비효율적인 부분이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투입 증가세 둔화와 경제 성숙화에 따른 자본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하므로 생산성 제고와 적정수준의 인플레이션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대내외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며 기업의 각종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와 함께 물가안정목표 준수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 강조를 병행해 거시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