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조흥銀 인수 협상, '풋백옵션' 비판 여론
신한- 조흥銀 인수 협상, '풋백옵션' 비판 여론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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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신한 모두 선호...제일銀 사례 재판 우려
혈세 낭비, 은행 경영 도덕적 해이 관례화 우려 지적.

신한지주가 조흥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부에 ‘사후손실보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서버러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 위해 ‘사후손실 보장’ 일부를 철회했던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신한지주가 검토 중인 ‘풋백옵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제일은행 사례에서 보듯 부실경영 책임을 국민전체로 확대시키고 은행 경영에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온다는 비판이다.

13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신한지주의 행보를 보면 마치 외국계 벌처펀드(투기자본)를 보는 것 같다”며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다가 일단 선정되고 나면 ‘풋백옵션’ 등 최대한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외국 투기자본의 특성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도덕적 해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풋백옵션이란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며 “지원한 기업과 동고동락한다는 개념은 없고 제일은행처럼 별 수고 없이 기업청산금을 국민의 혈세로 보전받는 것은 은행 경영에 도덕적 해이를 관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지주가 인수가격을 정부에 양보하는 대신 풋백옵션 등 사후손실보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최근 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한 대내외 여론이 ‘반드시 팔아야 한다’로 집약됨에 따라 신한지주의 협상 여력에 상당히 여유가 생긴 것이다.

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의 2분기 실적이 적자전환 될 것으로 판단, 정부와의 협상 시일을 최대한 늦춘다는 전략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흥은행이 1분기에 624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경영 호조보다는 중도매각채권 매각, 스포츠토토 관련 699억원 충당금 환입에 기인한 것인 만큼 SK글로벌 여신 4천2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조흥은행의 2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신한지주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신한지주는 대외시선을 의식, 인수가격 중 현금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주식지급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교환비율을 유리하게 가져가 실속을 차린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관치금융’ 논란이 제기되면서 조흥은행 매각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가격을 최대한 인상하고 신한지주의 주식지급분에 대해서도 최저가격을 보장받아야 할 입장이다.

이런 여러 정황에 근거할 때, 정부는 높은 매각 가격(6천150원)으로 명분을 찾고, ‘사후손실 보장’으로 신한지주를 달래는 쪽으로 선택을 내릴 확률이 높다. 신한지주는 지난 해 최초 주당 5천500원을 정부에 매입가로 제시했고 모건스탠리의 실사 결과는 4천690원∼6천400원, 신한회계법인의 재실사 결과는 5천500원∼6천800원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신한지주의 이런 타협 가능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우선, 제일은행 선례가 보여주듯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이 과도해질 확률이 높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지난 2000년 1월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부터 풋백옵션으로 약 7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챙겼다. 전체 투입된 18조원의 공적자금중 39%를 차지한다.

조흥은행의 경우 제일은행보다 부실율이 낮을 수도 있지만 대규모 기업여신에 치중했던 은행인 만큼 예상치 못한 사후손실보전 항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게다가 사후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풋백옵션 조항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사라지므로 경영상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합병 당시 풋백옵션보다 손실보전 강도가 약한 인뎀니피케이션(indemnification)을 매입조건으로 제시했다. 인뎀니피케이션은 인수 후 추가 부실에 대해 모두 보전받는 풋백옵션과 달리 우발채무와 관련해 일종의 조건을 달아 두는 부가조항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합병 후 서울은행 보유의 SK글로벌 부실여신 3천356억원 때문에 고전을 치르자 신한지주는 ‘사후손실보전 확대’ 쪽으로 협상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 신한지주 모두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풋백옵션은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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