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신규 점포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2000여명에 달합니다."

백화점과 마트, 아웃렛 등 유통업계 기자간담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답변이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을 과제이고 유통 기업들은 점포 수 확대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맞다. 신규 점포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분명히 존재한다. 입점 브랜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용효과도 커진다. 아웃렛 1000여명, 복합쇼핑몰 2000여명, 대규모 쇼핑몰 5000여명 수준이니 일자리 창출에서는 대기업들의 점포 출점을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얼만큼의 일자리를 내놓는가보다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대기업의 정규직 비율은 95%에 달한다. 심지어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정규직 비율은 99%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정규직 비율이 95%에 달하는 대기업 유통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만명의 사람들 중 "나는 대기업 직원입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일례로 A씨는 자녀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마트에서 근무해왔다. 이마트 명찰을 달고 반찬과 건어물을 판매한 지만 16년째다. 하지만 A씨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다. 신세계가 집계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 인력이다.

기업들은 이렇게 정규직 비율을 높여왔다. 단순하게 전체 고용인원 중 비정규직 수를 줄이면 된다. 그리고 전체 고용 인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정규직 비율은 유지된다. 2008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개정된 후 유통 대기업들이 필요 인력들을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하기 시작한 데는 이런 이유가 숨어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책을 단순 숫자로만 접근한다면 과거 정부와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대기업들은 이미 하청업체 고용 시스템을 고착화시켰다. 그리고 필요할 땐 자신들이 그만큼의 고용 효과를 창출했다고 자신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1만50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필드 고양점이 오픈하면 3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낸다고도 자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남기며 "향후 5년간 7만명을 신규채용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밝힌 채용 숫자 중 직접 고용인원은 얼마가 될지, 그중 정규직은 얼마나 될지가 중요하다. 직접 고용이 아닌 협력사 인력 채용 수를 마치 자신들이 채용한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적어도 이들이 사업 확장을 위한 수단과 명분으로 고용 창출을 강조하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대기업들이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면서 공덕만 차지하는 것에 이전 정부는 박수를 쳐왔다.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고용 형태에 대해서도 살펴봐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