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 관련 뉴스만 봐도 이제 회사 잘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당장 계약 기간 만료로 직장을 나가야 하는데 요즘 같은 경기에 재취업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분위기에 먹고살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비정규직들이 희망을 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을 지체없이 바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 희망을 품고 살다 그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장면들을 수없이 봐왔다.

비정규직은 죽어서도 차별을 받아야 했다. 세월호 참사 때 학생을 구하다 숨진 단원고등학교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라는 지시에 사후약방문식으로 순직 인정이 됐다.

주무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이들이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지난 3년간 순직 심사 대상에조차 포함하지 않았다고 변명을 했다. 죽어서까지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듯한 정부 발언에 수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경영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인다. 정규직전환에 드는 비용과 노사 갈등, 그리고 경영권 침해 등 이유로 정부 일자리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고용은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다. 그동안 시장경제에서는 수많은 차별이 존재해 왔다. 일제 시대 때 일본인은 상류층으로, 조선인은 하층민으로서 경제활동을 달리했고 흑인의 경제활동은 값싼 노동시장에서 주를 이뤘고 백인은 화이트칼라를 대변했다.

논리의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시장경제에 맡긴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로 차별을 지속하겠다는 것쯤으로 이해된다. 어찌됐든 일자리 정책을 두고 정부와 경영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에 이를 바라보는 수백만의 비정규직들의 마음은 타들어 갈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체제에서 경제는 철저히 신분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측면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를 시장경제에 맡겨 노동의 차별을 지속한다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희망은 또다시 꺾일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비정규직도 기업을 먹여살리는 근로자다. 따라서 경영계가 이들을 기업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쯤으로 치부해 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사회가 비정규직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인도 신분 계급인 카스트제도를 보는 것 같다는 시각이 많다. 정규직은 귀족을 뜻하는 크샤트리아, 비정규직은 노예를 뜻하는 수드라쯤으로 여기는 분위기에, 그에 따른 갑질 또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가는 길이 평단하지는 않겠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재벌 등 대기업들은 유연한 자세로 정부와 협치를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 차별 없는 건강한 노동시장을 구현하는 데 힘써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