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마켓] 코스피 3000, 꿈이 현실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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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신호에 상승랠리…"지배구조 개선에 달렸다" 중론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 2014년 9월18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아 국내외 투자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 정몽구 회장의 결정만으로 베팅됐다는 사실에 거세게 반발했다.

논란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현대차 주식 매도로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매입한 이후 한달 반 동안 현대차 주식을 5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이 기간 현대차의 주가는 20.2% 추락했고 시가총액은 무려 8조7000억원이 감소했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고가 낙찰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증시 저평가)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증시가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와 이와 맞물린 저배당 성향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경제의 취약점인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한국증시의 도약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재벌개혁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일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37p(0.53%) 상승한 2355.30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1.46p(0.06%) 오른 2344.39에 문을 연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이틀 연속 쌍끌이 매수에 장중 오름폭이 크게 확대되며 2350선과 2360선을 잇따라 터치했다.

한때 2364.80까지 치솟으며 전날 작성했던 장중 최고가(2343.67)도 단숨에 갈아치웠다. 오후 들어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종가 기준 5거래일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최고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 3000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대두되고 있다.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되는 데도 불구하고 국내증시를 바라 보는 나라밖 시각도 긍정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7개 해외 투자은행(IB) 중 UBS와 노무라,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 등 5개사가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다.

IB들은 코스피 목표치도 앞다퉈 높여 잡고 있다. JP모건은 코스피 목표지수로 2250을 제시했고 UBS와 골드만삭스는 2200에서 2450으로 상향조정했다. 씨티도 1900∼2200이었던 목표지수를 2200∼2600으로 올렸다. 노무라는 2250이었던 코스피 목표지수를 올해 말 2600으로 높였고 중기적으로 3000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증시 흐름과 관련해 눈여겨 볼 대목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소폭 둔화된 이후 횡보세를 보였던 지수가 '재벌 저격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되면서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다는 점이다. 재벌개혁을 요체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재계는 재벌개혁이 투자나 고용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은 새 정부가 추진할 재벌개혁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와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본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게 될 지배구조 개선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자율 지침)와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이 배당 확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등 우리 시장의 취약점으로 꼽혀왔던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은 재벌들이 스스로 황제경영에서 책임경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재벌들이 스스로 기업 지분률을 높이고 전문경영인으로 나서게 해 성장과 실적으로 주주들에게 경영 능력을 평가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 11개국 중 8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시가 총액 29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를 10조원대 지분으로 쥐락펴락하는 게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영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삼성그룹의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가 이 같은 기형적인 경영행태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들은 적은 지분으로 전체 기업들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소득을 나눠야 하는 배당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상장사를 대상으로 추정한 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예상배당수익률은 1.88%에 불과했다. 국내로서는 역대 최대치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여전히 꼴찌 수준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기업 배당률은 3.97%"라며 "대만은 배당을 비롯한 주주정책 강화로 증시를 업그레이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실적은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우리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우리 증시의 발목을 번번이 붙잡아 왔던 기형적인 지배구조, 즉 과거 고성장시대의 재벌 중심 경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를 더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도 정부 주도하에 재벌개혁을 완성해 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의 고리를 적절하게 끊어줌으로써 기업들의 수직구조와 편법승계를 막아 선진적 지배구조를 시현시켰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현재 코스피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지배구조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재벌은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동력인 동시에 앞날을 가로 막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그리고 그 핵심엔 지배구조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한국 경제의 해묵은 과제인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가 개선될지, 그 누구보다도 증시와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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