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봉에도 사내이사 선임…권오준 회장 '윤리경영' 어디로?
감봉에도 사내이사 선임…권오준 회장 '윤리경영'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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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미인증 제품 속여 납품…징계 후 슬그머니 복귀

[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포스코가 과거 중국에서 생산된 인증을 받지 않은 강판을 국내 생산으로 속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납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비리에 연루된 이들을 처벌하고도 슬그머니 복귀시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13년 4월 중국 광동성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 공장을 설립, 이곳에서 생산된 자동차용 강판을 지난 2015년 말까지 2년여간 글로벌 브랜드 업체에 수십만 톤 판매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제품이 중국의 품질 인증을 받지 않고 국내 광양제철소 생산인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는 점이다. 통상 현지 생산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품질 인증을 받아야 하는 데 약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 측은 품질인증서 위조 사실을 인정하면서, 당시 중국 현지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강판 수요가 급증해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르게 됐다고 시인했다. 아울러 해당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선 징계 조치했으며, 글로벌 품질 인증을 받은 만큼 제품상의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리 사실이 밝혀지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권 회장은 그간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윤리 경영'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권 회장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강조했던 방침을 어긴 꼴이 됐다.

또한, 해당 비리의 책임자란 이유로 4개월 감봉 징계를 받은 오인환(철강부문장 COO, 사장) 당시 철강사업본부장이 지난 3월 사내이사로 재신임됐다는 점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오 사장이 당시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내리진 않았지만, 관리 책임상 징계한 것이라며, 사내이사 재신임은 이사회의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사회도 어차피 사내 및 사외이사들로 구성되는 만큼 회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힘든 만큼 포스코 측의 해명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경영자가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자리를 고사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내규가 있어 차이는 있겠지만 문책을 받은 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받을 때 문제가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는 회사 신인도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를 위해 불법을 저질러도 용납될 수 있다는 잘못된 충성심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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