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새 정부에 거는 꿈
[홍승희 칼럼] 새 정부에 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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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대로, 청년들은 또 그들대로, 학생들은 또 그들대로 새로 탄생한 대통령께 기대를 건다. 특별히 악감정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면 누굴 찍은 것과 관계없이 새 대통령과 그 정부에 잘 해주길 기대하기 마련이다.

방송은 늘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새 대통령 탄생에 거는 기대를 물어본다. 그들 역시 저마다의 기대를 드러낸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군민들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도, 위안부 할머니들도, 노동자도, 기업인도, 학자도 마이크를 들이밀면 한마디씩 말을 얹는다. 개성공단에 재산 다 내려놓고 온 기업인들은 또 그들대로 진보적인 대통령의 취임에 남다른 기대를 걸어보지 않겠는가. 상봉의 날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 또한 나름의 기대가 있으리라.

그럴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대통령에게는 그 누가 됐든 도깨비방망이 하나쯤은 선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크고 작은 저마다의 기대를 5천만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대통령이 과연 그 모든 일에 눈이나 제대로 돌릴 수 있을까 싶어서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지난 대선 기간 중 필자 역시 기대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대통령 하겠다고 나온 분들에게 이런 상상을 붙이는 게 꽤 미안한 일이기는 하지만 유승민, 안철수 두 분이 각각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맡고 노동부를 심상정 후보가 맡는다면 어떨까 하는 순진한 상상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한국적 정치풍토에서 과연 그런 상상 자체가 가당키나 하랴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대통령이 그런 제안을 먼저 던지고 낙선한 대선주자들이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국은 정말 큰 정치, 나아가 큰 나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정치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듣기엔 상상이라기보다 망상에 더 가까워 보일 줄을 알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협치가 있겠는가. 통합도 그보다 더 온전한 통합의 그림이 나오지는 않을 것만 같다. 그런 그림만 나올 수 있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아질 테니까.

지금 취임식도 없이 막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굵직한 몇 자리 정도는 굳이 캐비넷 내각을 구성하지 않았더라도 대략적인 내정이 있었을 터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구멍 숭숭난 인사계획을 바삐 채워 넣으려면 정신없이 바빠서 코앞의 인물들 중에 뽑아 쓰기 급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도 된다. 그런 걱정의 일단으로 황당하게 보일 수도 있는 탁 트인 그림 한번 그려본 것이다.

통상적인 예에 따르더라도 지지자들의 소리를 정리해야 하고 각각의 이해집단들이 내는 소리도 귀 기울여야 하지만 선거기간 중 상처 입은 숱한 사람들 역시 외면할 수는 없을 터이니 대통령의 머릿속은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국방과 외교는 그 무엇보다 최우선 순위일 테고 일자리며 가계부채 문제 또한 우리사회의 당면한 현안이니 생각하고 정리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다. 그런데 인수위 기간도 가질 새 없는 이번 새 대통령의 정부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자칫 사람을 씀에 있어 낯익은, 친숙한 이들에게 먼저 시선이 갈 테지만 그럴수록 인선의 그물망은 넓게 펴야만 한다. 경쟁자들에게도 과감히 손 내밀어야 한다. 죽고 살기로 싸운 적대세력이 아닌 한.

그런 점에서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축하의 볼키스를 한 사진 한 장은 오랜만에 접하는 훈훈한 광경이었다. 물론 안 지사 본인은 그날 밤 부끄러움에 이불 킥을 했다지만 외신을 타고 그 한 장의 사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한국 정치의 성장을 상징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탄핵정국을 이겨내고 태어난 새 정부가 지닌 발랄함과 소탈함에 기대를 걸면서도 자꾸 더 욕심을 내게 되는 게 큰 품으로 세상을 안고 가는 큰 정치를 보고자 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그만한 그릇이 되리라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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