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금융권, 성과연봉제·인터넷銀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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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총량규제…대우조선·금호타이어 해법 '주목'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기자]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금융 분야의 변화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금융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했던 금융권 성과연봉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법(은산분리 완화)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 부문에서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내놓을 새 정부의 대책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성과연봉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강력히 추진했던 금융개혁 과제다. 특히 금융공공기관들은 금융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추진을 의결한 상태였다.

금융공기업에 이어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과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도 은행별로 세부 방안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이미 노사 합의를 이뤘던 일부 금융공공기관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성과연봉제를 가장 먼저 도입하기로 한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강압에 의한 도입이었다"며 무효를 주장했고, 성과연봉제 합의와 함께 금융노조를 탈퇴했던 주택금융공사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지난해 7월 노사 합의 이전으로 복구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한 대선 주자들이 성과연봉제를 재검토하거나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노동자와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뜻을 유지해왔다. 더불어민주당도 성과연봉제 추진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택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성과연봉제 추진이) 백지화 된 것은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실제 직무 성과를 측정해 배분하는 '직무급제'를 언급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일단 폐지한 뒤 금융권 급여체계를 원점에서 새로 고안할 가능성이 높아, 민간은행의 당초 계획대로 성과연봉제를 내년에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직무 평가와 성과 배분 방식을 마련해 새로운 직무급제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금융노조와의 합의를 최우선 전제로 진행할 전망이라 실제 시행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노조는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압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측의 문 대통령(당시 후보)을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문 대통령과 새 정권이 그들의 출발을 만들어준 국민들의 바람대로 적폐를 청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가장 강력한 감시자이자 견인차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약속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으로 꼽히는 '은산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도 한 걸음 멀어졌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술적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 IT 기업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개정안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현재까지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최대 5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다만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의결권 기준 4%)을 규정한 기존 은행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 부문에서의 금융 진입은 허용하되 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데는 부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344조원 규모로, 4년간 39.4%(380조원)가 증가했다. 지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 컸다. 작년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가동하면서 증가세는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업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어 경계를 풀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7대 해법'을 발표했는데, △가계부채 총량 관리 △빚 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구축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 △소액·장기연체 채무에 대한 과감한 정리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임박한 죽은 채권 관리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이중에서도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할 방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일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활용해 대출 증가세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가계부채와 관련해 "사람 몸의 중심은 머리나 심장, 배꼽이 아니라 아픈 곳이다. 작은 상처라도 욱신거리고 아프면 온 신경이 쏠린다"며 "더 이상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위기요인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주요 구조조정 이슈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 방안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우선 시장에서는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부문의 최대 현안인 금호타이어 매각에 새 정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KDB산업은행은 중국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지만 상표권, 방산부문 분리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각 종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중국 업체에 국내 향토기업을 매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어, 새 정부에서 매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3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라며 "채권단이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매각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신규지원이 확정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조선·해운업에 대한 새 정부의 기류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조선업이 지금은 한국경제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에 있고 고용 집약적 산업으로, 훗날 다시 한국경제의 효자산업이 될 것"이라며 일단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부실로 인해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원인분석과 책임규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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