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다
[현장르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으로 태어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대기업이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취지로 세워졌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창조경제정책은 청산대상으로 위상이 추락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적폐대상으로 몰렸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스타트업 기업들을 육성하고 성장시키는 산실의 역할을 해왔다고 스타트업 대표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정부·대기업·스타트업 실무자 등 토론 통해 객관적 평가 필요"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2015년 3월 30일 개소한 경기창조혁신센터(이하 경기혁신센터)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의 공공센터 5층에 있다.

경기혁신센터는 강남에서 지하철로 15분에 거리인 데다 지하철 판교역에서 도보로 약 16분 정도 소요돼 교통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이같이 뛰어난 교통 접근성 때문에 경기혁신센터를 방문해 스타트업 육성 및 대기업과의 협업, 정부의 역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간 해외 고위 관계자만 120개국 3000여 명이 넘을 정도다.

건물 1층에는 차를 마시며 회의나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1층 곳곳에는 창업지원과 관련된 배너들이 늘어져 있다.

1층 외벽 귀퉁이에 마련된 흡연장소에서는 검은색 정장 혹은 자유로운 복장 차림의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IT제품의 개발방식과 사업 활로 방식을 두고 대화를 이어갔다. 간간이 대선후보들의 혁신센터 정책방향을 두고 나누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 스타트업기업들이 개발한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윤은식 기자)

5층 경기혁신센터에 들어서자 스타트업기업들이 생산한 전시된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센터 곳곳에 놓여있는 테이블에서는 사업구상을 하는 회의가 진행 중이거나, 새로 개발한 제품을 시연하며 사진을 찍는 등 열기로 가득했다.

센터 안은 창업기업이 입주해서 그런지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적게는 20대부터 많게는 40~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보였다.

기자는 센터 안을 꼼꼼히 둘러보고 난 후 오후 2시 30분경 검은색 안경과 정장차림에 소매를 걷어 올린 백세현 경기혁신센터 글로벌협력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기자는 백팀장과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장 먼저 화두가 된 것은 역시나 대선후보 토론에서 나온 창조경제혁신센터 정책들이었다. 백 팀장은 정치적인 부분은 절대 자신의 관심사는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밝히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스타트업기업들을 인큐베이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정부가 벤처기업에 금융지원을 해주거나 물건을 구매해주는 방법, 마케팅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형식은 틀리다"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전국 17곳에 흩어져 있고 선택과 집중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백세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글로벌협력팀장 (사진=윤은식 기자)

백 팀장은 여야를 떠나 과연 이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토론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단 한 번 이라도 센터에 직접 방문을 해서 현장 실무자들과 1시간만 이야기해 봐도 금방 파악이 될 텐데 잘못된 내용으로 비난 일색인 듯하여 안타깝다고 했다.

백 팀장은 "경기혁신센터에는 2015년 3월 개소 이후 지금까지 약 117개의 스타트업들을 보육해오고 있는데 이 중 인큐베이팅 단계에 있는 기업은 2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93개의 스타트업들은 국내외 마케팅, 투자가 연결, 국내외 홍보, 법률상담, 경영컨설팅, 해외 주요 관계자들이나 유명 액셀러레이터들과의 네트워킹, 수출판로 개척, 국외 법인 설립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어 사실상 이들은 액셀러레이팅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기혁신센터는 인도의 세계적 그룹인 타타그룹과 한 스타트업을 연결시켜, 최근 사업 협력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외 다수의 수출 계약 등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도 했다.

백 팀장은 "혁신센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기업들에 한국 스타트기업들을 알리고 연계해주는 역할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며 "스타트업기업이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업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선정된 보육기업들을 일관되게 지원하고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중소기업 지원과는 궤를 달리한다"며 "특히 민관이 함께 하고 대기업들과 신사업 새로운 먹거리 연결 시도 등 한다는 점에서도 큰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순실 게이트로 철폐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백 팀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치적인 기관이 아니고, 여야 노선도 없다. 센터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스타트업의 육성 및 지원이다"며 "이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며 전 정권의 정책들을 상당 부분 부인하고 철폐해버린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는 이런 한국의 정서는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무엇이 잘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없이 무조건 없애버린다면 이는 국가적 낭비이며 사실상 최대의 피해자는 스타트업기업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한 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일본은 너무 변화가 없고 한국은 변화에 강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흔적들을 아무런 검증 없이 지우려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우리는 이런 흐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이해와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토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혁신센터가 국비를 사용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일정 기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고 별 역할이 없다면 문을 닫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며 "그런데 한 스타트업이 성장해 자리 잡는 데까지 보통 5년에서 7년이 걸리는데 창조경제혁신센터들보고 빨리 성과다운 성과를 못 낸다고 보채는 것 자체가 조급증이며 이는 마치 스타트업들에게 빨리 왜 성장 못 하느냐고 다그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성과우선주의와 뭐든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패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한국의 잘못된 사회적 정서"라며 "창조경제센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으로 편중되어 있다. 그래서 혁신센터가 적폐 되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혁신센터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논의나 토론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백 팀장은 "센터가 스타트업기업들을 위한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정부, 대기업, 스타트업관계자, 혁신센터 실무자 등의 목소리를 고루 반영될 수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센터운영의 공론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국내 19개의 혁신센터의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 필요성과 함께 혁신센터가 아직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며 경기혁신센터도 설립된 지 겨우 2년 조금 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2년 동안 제대로 평가받고 청산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백 팀장은 "경기혁신센터는 아직도 성장 중인 곳이고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성숙한 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행착오를 실패로 단정 짓고 지워버리자고 한다면 그런 사회적 토양 속에서 스타트업들 역시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하면 낙오자로 낙인찍지 말라는 보장이 있겠는가"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단순히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로서의 성숙한 분위기, 조급증 탈피,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 설립, 그리고 시행착오를 실패로 속단 말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더욱 진일보할 수 있는 분위기로 이끌어나가는 게 중요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들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봐주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백 팀장은 초기 스타트업기업들이 정부지원금에만 의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원인을 고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스타트업기업이 매출을 내지 않고서는 민간투자를 받는 건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백 팀장은 "스타트업기업들은 매출이 나기 전까지는 민간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정부지원금이 없으면 고사할 지경이다"면서 "(창조혁신센터를)민간 주도냐 정부 주도냐의 문제는 공개토론과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