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산업은행이 국민연금에 읍소하며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대우조선이 조선산업은 물론 한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결과라는 게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산업은행으로서는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세계 1위를 견인하는 데 큰 공헌을 한 대우조선을 청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대우조선이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방산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회생가치 또한 청산가치보다 커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비판 여론이 있었음에도 산업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뚝심(?)에 대해 대우조선은 실적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산업은행의 뚝심은 또 다른 기업 매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를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하려고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호타이어 인수 주체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본인이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박 회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면서 '제3자 양도 및 지정'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략적 투자자(SI)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다시말해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원칙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원칙은 보편타당해야 한다. 한쪽에 유리한 원칙은 원칙이 아닌 특혜가 될 수 있다. 박 회장의 컨소시엄은 안 되고, 더블스타의 컨소시엄은 가능하다는 원칙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산업은행은 자신들 스스로가 원칙을 깨고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 다시는 대우조선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이번에 또다시 대우조선에 3조원에 가까운 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심지어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던 국민연금과 만나 도와달라고 설득까지 했다. 산업은행은 부인하겠지만 '특혜'로 까지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대우조선이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하더라도 특정 기업을 위해 수십조원을 지원하는 것은 가뜩이나 얇아진 국민들의 지갑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돈마저 뺏앗아 가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매각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산업은행은 '덩치가 너무 크다', '방위산업을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외국기업에 매각은 안 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지원 명분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박 회장에게 되팔 마음이 없어 이 같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는 것 이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우조선으로 인해 특정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오히려 금호타이어 매각에 깐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전통적인 자동차업계가 아닌 전기·전자, 심지어 IT기업까지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보다 더욱 안전한 미래자동차가 등장하게 되면 운전이 두려워 자동차를 사지 않았던 이들도 자동차 구매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폭발적인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기업이 아닌 중국기업이 된 금호타이어가 생산한 타이어를 장착한 자동차들이 해외 곳곳을 달릴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