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고?
[홍승희 칼럼]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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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리핑에 국내는 물론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가 뒤숭숭한 지난 열흘간이었다. 당장 무슨 사단이라도 날듯이.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해서 심기를 어지럽혔다. 그 와중에 한국 외교부는 미`중 어느 쪽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조차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꼴을 보이고 있어서 더 짜증이 솟구친다. 탄핵으로 인해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와중이라 과도정부가 효율적으로 이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이해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외교에 대한 기본 인식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사라지고 입시용 연대 외우기에 치중한 교육, 그나마도 세계사의 일부로 우리 역사를 보도록 가르치는 나라의 외교관들이 외국에 나가서 얼마나 당당하게 우리 역사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만하지 않은가.

역사학자들이 제대로 연구활동을 해나가고 세계 학계에서도 인정받을 수준이 된다면 괜찮을까 싶지만 지금의 연구태도를 보면 크게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학술활동을 하라고 정부가 지원까지 해주며 만든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 베껴쓰기에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민지 35년 만에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일제식민사학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역사학계, 누군가 연구논문을 쓰기 전에는 관련분야 논문을 쓸 수 없다고 여기는 ‘학자’들.

이런 학계의 성과에 기대기도 어려우니 외국 정상들끼리 앉아서 한국사를 제멋대로 농단하고 있어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다.

그것도 우리와 인접한 국가 정상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앞서서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더욱 불쾌하다. 한반도에 변화가 오면 기득권을 행사해보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극히 의심스러운 대목이어서 더 그렇다. 한강 이북을 중국 영토로 그린 지도가 발행되는 나라 중국, 새로운 제국 굴기(倔起)를 착착 준비해나가는 중국이 지금 그렇게 당당한 태도로 한국을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그것도 한국의 식민지 종주국인양 여기는 듯이 보이는 트럼프 앞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 문제를 놓고 포커 게임을 하듯 우리를 긴장시킬 말들을 툭툭 내뱉고 그런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왜곡된 역사 지식을 심어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런데 정보 확인이 안됐다는 둥 뒷북치는 소리나 하면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입장이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다.

이런데도 민족문제를 남북한이 손잡고 스스로 풀어가지 못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전자 오락하듯 핵문제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남한에선 대선주자들 사이에 케케묵은 색깔논쟁에 주적논란까지 벌어진다. 이러니 손잡고 우리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첫발도 떼기 어렵다.

오히려 적대감을 증폭시키지 못해 안달하는 남북한을 말로 보며 트럼프나 시진핑이 두는 게임 이름은 뭐라 해야 옳을까. 이런 상황에 자존심도 잃어버린 이 나라의 지도자들 떠드는 속없는 소릴 듣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좀 더 투자하면 어떻고 더 많이 양보하면 어떤가. 물론 우리의 지원이 북한을 단숨에 평화의 길로 나아가게 할 수도 없고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주지도 못할 테지만 적어도 배고플 때 손 내민 형제에게 섣불리 칼 들이밀지는 못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함께 가자고 계속 설득하고 도와주면서 북한 구석구석 우리의 넘쳐나는 물자들이 흘러들어가게 하면 북한 사회도 밑으로부터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지금 보수로 포장한 이들은 우리가 과거 10년간 퍼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에게서 넘어간 물자들이 북한군 배급품으로 다 들어갔다고 우기지만 북한 주민들이 당시 받은 물품이 표식도 없었음에도 남한에서 온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언도 들었다. 당시 적십자사를 통해서 들어간 물자들 대부분은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배급되는 현장을 확인했던 이들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그렇다. 그렇게 우리는 북한 주민들에게서 ‘선망’과 ‘고마움’이라는 보답을 받았다.

그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면 또 어땠을까.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만 쏙 빠지고 강대국들끼리 속닥거리는 일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앞선 투자 다 날려먹고 위기는 위기대로 키운 지난 10년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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