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정치권은 조기 대선으로 달아올랐고 언론의 관심도 정치로 쏠려 있지만 실상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서민들 빚만 늘어가는 현실적 문제에 더 코가 빠져 있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집권초부터 경제와의 싸움이 험난할 텐데 집권 이후의 고민보다는 당장의 당락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대선후보들을 보노라면 그 또한 심란하기만 하다.

GDP 대비 90%가 넘는 가계부채는 OECD 평균보다 20%p나 높고 한국은행 보고에 따르면 이미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는 듯하다. 예상하고 감지돼 온 사실이 한국은행을 통해 확인되니 상황의 심각성이 더 실감이 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OECD 국가 중 최악은 아니다. 25개국 중 꼴찌에서 7번째다. 덴마트, 스위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개나다, 영국이 우리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 비율을 보인다.

그러나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가계부채는 2010~2015년 사이에 7.4%p~22.6%p까지 하락세를 보인 반면 한국은 21.4%가 올랐다는 점에서 우리의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 들어 3개월간 우리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저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보고서가 나왔을 뿐.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환율 변동이 초래될 경우 실질적 가계부채 증감에 또 어떤 변화를 부를지 생각해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또 서민가계의 생활자금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없지만 금융당국은 1금융 쪽에서는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요를 2금융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계부채의 질이 낮아질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 아닌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지만 그 못지않게 국가부채 문제도 보통 걱정거리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국가채무는 600조원이라지만 국가부채는 1400조를 넘어섰다고 하는 데 이제까지 정부는 국민들 앞에서 눈을 가리기에만 급급했던 게 아닌가 싶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184조원이 늘어나 60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는 적정하게, 효율적으로 쓰이기만 했다면 국가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분배 기능이 오작동되며 단순히 빚만 늘린 꼴이 됐다. 그런 국가채무보다 더 많은 연기금 적자 등 충당부채는 그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 검토도 없이 연금자산을 정권 이익을 위해 증권시장에서 휘둘러대다 심지어 국정문란의 한가운데까지 끌어들였다.

잘했든 못했든 전임 정권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차기 정권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사례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실상 선거전에서 괜스레 어쭙잖은 해법을 내놓아봐야 문제만 더 키울 우려도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어떻든 소득이 먼저 늘어야 하고 그 소득이 중상층 이상에서만 늘어나서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해법 마련이 쉽진 않다. 국가부채가 당장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빚을 다소 늘리더라도 제대로 일자리를 창출할 방향으로 쓰일 수만 있다면 일단 용납하고 볼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그동안 보여 온 행태로 봐서 과연 일자리를 제대로 늘릴 능력이 있을지, 제대로 된 의지를 갖고 있을지 미덥지 않다는 점이다. 기껏 일자리 늘리라고 정책자금 풀어서는 대기업 주머닛돈만 불려줬을 뿐 실적이란 게 돌담의 밑돌 빼서 위로 쌓아올리는 짓만 했지 도무지 실질적 증가로 나타나질 못했으니까.

연기금 문제는 적자가 난다고 섣불리 손댈 수 없는 부문이다. 구직난 시대에 구인난을 겪는 직종들의 공통점도 결국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듯 평범한 국민들에게서 ‘미래’를 도려내는 짓을 쉽사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월급생활자들에게 연금만이 미래의 희망인 상태에서 그 희망을 잘라버리면 사회적 후폭풍이 어떻게 미칠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국민편익을 담당해야 할 공기업에 어설프게 사기업 경영원칙을 드러내기보다 국민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각종 연금이야말로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도록 실적책임제를 도입해야 하는 게 아니가 싶다. 국민연금에게 사기업 경영권 승계를 도우라는 따위로 정권이 간섭할 여지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찾는 게 차라리 낮지 않을까.

차기 정권은 제발 국민의 미래를 잘라먹는 짓을 피해가길 바랄 뿐이다. 올해도 내년도 어려워만 질 것 같은 국가경제도 그렇게 초점을 맞춘다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