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뷰] 두 번의 격동기 겪은 와인시장, '3차 붐' 올까?
[마켓리뷰] 두 번의 격동기 겪은 와인시장, '3차 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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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기자] 우리나라 와인시장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두 번의 침체와 두 번의 '붐'을 겪었다. 최근에도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김영란법으로 인해 고가의 위스키와 더불어 와인시장의 축소까지 예상되는 상황.

그럼에도 와인을 수입·판매하는 회사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맥주와 소주시장보단 아직도 성장기를 거치고 있는 와인시장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며 곧 '제 3차 붐'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FTA·'신의물방울'로 전성기 누려…금융위기 이후 ↓

▲ 2006년 당시 '신의 물방울'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와인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와인 소비시장에 대한 저변을 확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진 = 일본 드라마 '신의 물방울' 홈페이지)

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롯데주류가 1975년 개발을 시작해 1977년 국내 생산 첫 와인인 '마주앙(MAJUANG)'을 출시했다. 마주앙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국내 와인 누적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1997년 전신이었던 조선맥주 시절 계열사인 하이스코트를 통해 와인 5종을 처음으로 수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막걸리'로 잘 알려진 국순당도 지난 2003년 해태앤컴퍼니(구 해태산업)를 인수하며 와인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300여 종의 와인과 샴페인을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와인 소매사로 잘 알려진 '와인나라'의 아영FBC가 1987년는, 1989년에는 현재 와인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금양인터내셔날이 와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류를 전문으로만 하는 회사가 아닌 식품과 유통회사도 와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2년 매일유업은 당시 국민소득이 증대됨과 동시에 한-일 월드컵이 폭발적인 와인 소비의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레뱅드매일'이라는 와인 수입사를 뒀다. 또 2008년에는 신세계그룹에서 주류수출입업을 영위하기 위해 신세계엘앤비를 내세워 와인을 수입 및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와인시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70% 이상의 수입 감소로 시장이 한 번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햇와인의 대명사이자 프랑스 부르고뉴주의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인 '보졸레 누보'의 인기와 2004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칠레 와인의 급성장으로 와인시장은 1차 전성기를 맞아 지속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주요 와인 생산국가들과의 FTA 체결로 인한 관세철폐와 대형와인판매처의 와인수입사업 병행, 도소매 및 판매 허용 등으로 인해 국내 와인시장은 성장기를 맞이한 것. 실제 이 시기에 상당수의 와인 애호가, 와인 동호회, 와인바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후 2006년에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유행하면서 2차 붐이 형성됐다. 당시 '신의 물방울'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와인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와인 소비시장에 대한 저변을 확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신의 물방울'이 출간된 다음 해인 2006년과 2007년에는 수입물량이 17%, 43% 증가했으며 수입액 기준으로는 2007년 70%로 급성장해 와인시장은 최초로 1억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써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한국의 와인시장은 급제동이 걸렸다. 실제 당시 수입량은 전년 대비 62%로 급감해 10년 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 저가와인 트렌드·편의점 고객 공략…"제 3의 붐 형성 기대"

최근까지 이어지는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와인시장은 국내서 성장하며 조용히 영역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현재 와인시장은 5000~6000억원 규모로, 지난해는 전년 대비 8%대의 성장율 기록했다.

특히 그간 프랑스와 칠레산 와인 등이 유행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독일의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수입액 기준 20% 이상의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와인시장은 다시 한 번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입·판매하는 회사들은 와인시장은 여전히 매력있다며 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중저가 제품 출시, TV광고, 편의점 고객 공략 등으로 다양한 마케팅으로 불황 타개책에 나서며 다시 한 번 '제 3차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주류가 2005년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호주 대표 중저가 와인 '옐로우테일(yellow tail)'을 지난해 말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 315만병을 기록했다. 또한 동시에 국내 포도 농가들과 함께 협업해 프리미엄 와인인 '마주앙 시그니처'를 개발하며 와인 브랜드 육성에도 역량을 집중하며 와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이슬톡톡', '망고링고' 등 기타 주류를 통해 맥주사업의 손실을 메꾼 하이트진로도 최근 와인업계의 주력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와인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금양과 신동와인의 브랜드 매니저를 잇따라 영입하고 유태영 신동와인 대표를 와인사업부 담당 상무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대표 와인은 '무스까또다스띠'로, 이 회사도 최근 1만~2만원대의 중저가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아영FBC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칠레산 중저가 와인 '디아블로' TV 광고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약 22%(3월 현재)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편의점 GS25와 혐업해 편의점 전용 와인인 '라주리즈 넘버나인 크로이쳐 와인'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 와인은 최근 5만 병을 판매하며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국순당도 2만원대의 중저가이자 스파클링(탄산) 와인인 블루 모스카토 '아비에누스(Avienus)'를 최근 론칭하며 여성과 젊은층을 공략하기에 나섰다.

다수의 와인업계 관계자들은 "고가 시장이 많이 위축되고, 술 소비가 '가성비'나 '혼술홈술'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업체들도 중저가 와인들을 많이 밀고 있다"라며 "와인의 판매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신규 및 재구매가 활발해지면서 와인시장의 전체 규모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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