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패션코드 2017' 한한령 여파로 中 바이어 발길 '뚝'
[르포] '패션코드 2017' 한한령 여파로 中 바이어 발길 '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국제 패션 수주회 '패션코드 2017 F·W'가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푸르지오 밸리에서 열렸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인한 피해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까지 번지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국제 패션 수주회 '패션코드 2017 F·W'가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푸르지오 밸리에서 열렸지만, 국내외 바이어들의 발길은 뜸했다. 특히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한령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인 바이어들의 참가 인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6회 행사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 28일 오후, 패션코드 행사장에서는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조차 듣기가 어려웠다. 히잡(얼굴만 남기고 머리카락을 감싸는 스카프)을 착용한 관람객들이 몇몇 눈에 띄긴 했지만 10명 이하에 불과했다. 행사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사람이 너무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행사에 참여하는 신진 브랜드의 A 대표는 "지난해 미국과 프랑스, 중국, 일본에서 쇼룸 유치·위탁 판매 제의가 들어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며 "한 부스당 2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행사에 참여하는데, 도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았으면 마이너스가 날 뻔했다. 참가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B 브랜드 디자이너는 "주최 측이 해외 바이어 명단을 보여주면서 많은 인원이 참가할 거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상담하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외국인을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패션쇼가 열렸을 때 사람들이 잠시 몰리긴 했지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C 브랜드 관계자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패션위크로 관람객들이 몰린 것 같다"며 "해외 바이어는 물론 국내 일반 고객들의 방문도 뜸하다"고 설명했다.

▲ 국제 패션 수주회 '패션코드 2017 F·W'가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푸르지오 밸리에서 열렸지만, 국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했다. (사진=김현경 기자)

주최 측도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사드 이슈'로 인한 상황이 심각하다. 중국 바이어들은 지난해 열린 행사보다 70~80% 감소했다"며 "중동과 인도네시아 바이어들이 참가하긴 했지만 중국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수주가 이뤄져도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일 큰 문제는 중국 바이어들이 행사에 초청돼 수주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중국으로 물건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통관이 막혀 국내 브랜드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최대 패션행사인 '헤라서울패션위크'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디자이너들이 개별로 초청했던 중국 측 바이어들이 참가를 취소하면서 인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헤라서울패션위크가 개최되기 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점차 강해지면서 중국인 바이어들의 행사 참여도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은 "초청했던 중국 바이어 명단에 변화는 없었다"며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서울패션위크 주최 측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윤희 서울디자인재단 패션문화본부장은 "중국 바이어를 포함한 아시아 바이어들은 100명 정도로, 초청한 인원은 모두 참석했다"며 "개별 디자이너들이 바이어들을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 취소를 한다면 한한령의 여파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사드 역풍'의 피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행사 장소를 옮긴 것도 관람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패션코드는 서울패션위크 행사장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가까운 남산 제이그랜하우스에서 개최해왔다. 하지만 3일간 대관료 1억원을 지출하면서 부담이 커지자, 올해 처음으로 강남에 위치한 푸르지오 밸리로 행사장을 옮겼다. 이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편 패션코드는 서울패션위크가 대중의 참여를 이끄는 것과는 달리,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초점을 맞춘 행사로 기업 간 거래를 연결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10월 약 1000건의 비즈니스 상담을 통해 총 상담액 88억원, 수주액 15억6000만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번 행사로 인한 공식 수주액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