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뚫고 만리장성 넘는다"…오비'카스', 3년 장고 끝 中시장 공략
"사드 뚫고 만리장성 넘는다"…오비'카스', 3년 장고 끝 中시장 공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몽골 대형 마트 맥주 진열대. 오비맥주 '카스'는 수년째 몽골 프리미엄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몽골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사진 = 오비맥주)

새주인 AB인베브, 중국 전역에 유통망 확보
"하이트와 사정 달라
'치맥열풍' 재연 기대"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상황에서도 오비맥주가 중국 전역에 '카스' 맥주를 수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오비맥주에 따르면 중국에서 판매될 카스는 '칭따오'나 '하얼빈' 등 현지 대중 맥주와 프리미엄 맥주의 중간 수준의 가격으로 책정되며 오는 5월에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이하 AB인베브)는 이미 중국 현지에 계열회사인 에이비아이 차이나(ABI China)를 중국 전역에 맥주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오비맥주가 중국으로의 수출 계획을 밝히자마자, 시장에서는 최근 사드로 인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큰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했다. 아울러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도 1994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자국주의가 심한 중국인들에게 유통망을 넓히기는 힘들다며 최근에는 동남아 국가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는 과도한 우려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미 오비맥주와 같이 글로벌 본사를 갖고 있는 에이비아이 차이나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이 기존 롯데주류나 하이트진로처럼 '완전한' 한국산 맥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만큼, 포지션이 조금은 다른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카스'의 중국 수출은 지난 2014년 오비맥주가 AB인베브에 재통합됐을 당시부터 나왔던 얘기로 최근에서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인데 이와 중에 사드 변수가 생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비맥주의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는 지난 2014년 4월 당시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 로버츠(KR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58억달러(약 6조2000억원)를 주고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재인수했다.

AB인베브는 지난 1998년 두산그룹으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오비맥주 지분 100%를 KKR에 18억달러(약 2조억원)에 매각했다. KKR은 이 중 오비맥주 지분 50%를 AEP에 다시 매각했다.

이렇듯 오비맥주는 5년 만에 다시 AB인베브 품에 안겼다. 당시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매각할 때보다 4조억원 가량 더 비싸게 사들였다. 이는 오비맥주를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충분히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인 '카스'가 있었다.

실제 지난 2014년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은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히트를 치면서 이와 함께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이 불자 '카스' 이름을 내걸고 중국시장을 공략하자며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장 사장은 "한국에서 조만간 열리는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 이사진 회의에서 카스 중국진출을 공식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라며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열풍이 어느 때보다 거세기 때문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 맥주임을 강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장 사장의 이러한 전략은 아시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생각이었던 AB인베브의 생각과도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재통합 당시 '카스'를 아시아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내수 시장만으론 힘들고 제일 먼저 중국을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중국 시장이 워낙 방대한 데다 가격 정책과 마케팅을 어떠한 식으로 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까지 3년이라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4년 11월 장 사장 대신 새로 부임한 브라질 출신의 김도훈 오비맥주 사장이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글로벌과 현지화 사이에서 난항을 겪으며 중국 수출이 3년이나 연기된 것으로도 보고 있다.

김 사장이 외국계회사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한 직원들을 임원으로 영입하거나, 영업직원들까지 영문으로 된 보고서와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급기야 노조는 사측에 명예퇴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오비맥주는 홍콩과 일본, 몽골 등에 맥주를 제조자개발설계방식(ODM)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이 중 카스는 수년째 몽골 프리미엄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몽골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