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대우조선 해법 찾기
[홍승희 칼럼] 대우조선 해법 찾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동안 매각을 강력히 추진하다가 만 대우조선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낙하산인사들의 곳간 털기로 이래저래 거덜이 났다. 그렇게 침몰 시점만 지켜봐야 할 것 같던 대우조선에 과도정부와 채권은행들이 회생의 주삿바늘을 꽂기로 했다.

대우조선 추가지원에 대해 한쪽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하고 또 한 쪽에서는 ‘수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고 비아냥댄다. 그런가 하면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지원으로 신용이 흔들릴 것이라고 겁을 준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그런 비난이 결코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다.

경영도, 조선업도 문외한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경영을 휘젓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횡령에 뇌물에 갖은 짓을 다 해대니 밑 빠진 독이 아니어도 독이 빌 수밖에 없다. 경영진이 부실하니 해외수주는 외형만 키울 뿐 수익성이 형편없고 그나마 제대로 대금도 못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조선업황 자체가 수렁에 빠진 형국이다. 빚은 잔뜩 키워 놨는데 수익이 형편없어지니 사실상 빚을 내서 빚 갚아야 하는 한계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쯤 되면 희망이 안 보일 법도 하다.

그래도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조선업은 호황이니 희한하다. 국내 조선업이 죽 쑤고 있는 동안 중국은 저임금을 토대로 한 저가공세로 수주물량을 대폭 늘렸고 일본은 한 10년 숨죽인 끝에 기술개발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틈새시장들을 겨냥해 활황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조선업을 활성화시킬 소비시장을 마련해줬고.

한 때는 세계적인 조선업 대국으로 나아갈 것만 같던 한국 조선업이 어쩌다 이 꼴이 됐을까. 국내 산업정책 당국이나 조선업 관계자들이나 공히 누워서 떡 먹는 재미에만 빠져 있다가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 그저 당황하기만 한 탓이다. 산업이 커지고 국가 경제가 커지면 당연히 인건비는 올라가는 것이고 그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술력을 높여야만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여전히 경쟁력이 약화되면 높아진 인건비만 탓한 채 세월을 허송했다.

국가경제가 커지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당연히 모든 분야에서 인건비가 올라가는 게 정상이고 그렇게 높아진 인건비가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무능을 늘 인건비에만 전가시키려는 몹쓸 발상에 안주하려 든다. 덩치 큰 자식에게 아기 옷만 입으라는 요구처럼 터무니가 없다.

경영이익은 회사 성장으로 되돌려야 하지만 회사 성장을 그저 덩치 키우는 게 다 인줄 아는 무지로 인해 ‘세계 몇 위’라는 허명만 쫓다보니 기술적 성장은 덩치가 커가는 데 어울리지 못한다. 오늘날 조선업은 그런 내실을 외면한 덩치만 키우기로 인한 심각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정부는 국내 조선업의 성장 단계별로 적절한 과제를 안겨주지 못했다. 방위산업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해군의 주요 전함들은 국내 조선업에겐 그림의 떡인 듯하고 잠수정도 자체 설계로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해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때는 우리도 해양대국의 꿈을 꾼 적이 있지만 그 이슈는 정권교체와 더불어 사라져갔다. 국가적 비전조차 정권이 바뀌면 사라져가는 현실도 물론 안타깝지만 적어도 경제`산업 측면에서 거대한 한 업종을 쓰나미로 쓸어가듯 그렇게 내팽개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선박 한 척, 비행기 한 대에는 수많은 기술력이 집약돼 있을 것이고 그 기술력들을 모두 국내에서 담당할 수 있다면 그 주변 산업의 기술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기간산업을 담당할 한 축으로서 조선업이 당장 불황이라 해도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 그보다 한발 앞서 벌떡 일어날 수 있음을 외면하지 말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선업체 가운데서도 유독 대우조선이 더 큰 문제를 안았던 이유는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경영을 할 경영진이 부재했다는 점과 더불어 채권은행들이 좀 더 채권자로서의 권리행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금융기관들이 정부 눈치를 보는 처지라 해도 채권자로서의 권리 행사를 제대로 해서 부실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철마다 감사도 제대로 할 시스템을 요구했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심하게 망가졌겠는지 물어야 한다. 지난 일은 그렇다 하고 앞으로라도 추가 지원에 나서기 전에 채권자로서의 권리 요구를 명확히 하는 금융기관을 기대하고 싶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얘기쟁이 2017-03-31 11:03:44
필자의 기사방향에 공감합니다만 대한민국 조선소의 특수선 건조능력에 대한 오해가 있는 듯하여 몇자 적어봅니다.
잠수정과 잠수함은 크기로 구분합니다. 잠수정은 500톤 이하, 잠수함은 그 이상.
한마디로 대한민국 조선소 잠수함 자체설계 능력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외 로열티 안내고 설계부터 부품까지 자체기술로 건조하고 있습니다. 대조는 국내 최로로 해외 수출 실적도 있고요.
조선소들이 그간 집약해온 기술력과 숙련된 인력들이 다시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자랑스런 축으로써 빛을 발할 날이 도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