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그늘…월급쟁이가 '정부 곳간' 채웠다
저성장의 그늘…월급쟁이가 '정부 곳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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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감세분 소득세로 충당…민간 지출 '사상 최저'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2%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하면서 국민소득 3만달러의 문턱도 10년째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성장의 과실도 세입을 늘린 정부에게 주로 돌아가 가계소득과 기업 이익의 증가세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한 미래에 지갑을 닫는 가계가 늘면서 가처분소득에서 민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편제 이래 최저인 반면, 저축률은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치솟았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년대비 2.8% 성장했다. 전년(2.8%)에 이은 2년 연속 2%대 저성장 기조다.

성장의 질은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 정부와 건설투자가 떠받친 성장세기 때문이다.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0%p로 전년보다 0.4%p나 상승한 반면, 민간 기여도는 1.8%p로 0.4%p 낮아졌다. 지출 측면에서 봐도 정책 효과가 미친 건설투자는 1.6%p나 끌어올린 반면, 설비투자는 0.2%p를 깎아먹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도 10년째 좌절됐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2만7561달러로 전년대비 1.4%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10년째 3만달러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자료=한국은행

2%대 저성장 분배의 과실은 정부 배만 불렸다. 국세를 전년보다 25조원 가량 더 걷어낸 정부의 지난해 소득은 연중 9.5% 급증하면서 9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다. 이에 전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중 정부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23.1%로 전년대비 1.1%p나 늘었다.

반면, 가계의 소득비중은 56.9%로 전년보다 0.3%p 줄었다. 피용자보수는 2016년중 5.4% 늘었으나, 세출이 늘면서 가계의 소득은 그보다 적은 4.0% 증가에 그친 탓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지난해중 소득증가율이 0.5%에 그치면서 제자리걸음했다. 영업잉여 자체도 지난해중 2.2% 증가에 그쳐 전년(4.1%)대비 증가율이 크게 축소됐다. 이에 전체 국민총처분가능소득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0.8%p 하락한 20%로 낮아졌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정부는 지난해 세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소득이 늘어난 반면, 가계는 순이자소득이 줄고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비중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소득 증가율이 0.5%에 그친 것은 지난 2015년 기업의 영업잉여가 크게 늘면서 이듬해 지출한 법인세가 증가한 데다 영업잉여 증가폭도 둔화된 영향"이라고 부연했다.

전체 소득에서 가계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쪼그라들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중 민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8.8%에 그쳐 통계 편제가 시작된 지난 1988년 이후 가장 적었다. 전체 소비지출 비중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 소비 위주로 늘어난 여파다. 정부의 소비지출 비중은 15.3%로 0.3%p 늘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중 64.2%만 소비로 지출되면서 저축률은 35.8%로 뛰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35.9%)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 국장은 "2013년 이후 소득 증가율에 비해 소비증가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점이 저축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주된 원인"이라며 "글로벌 위기 이후 소비가 둔화되면서 소비지출 비중도 하락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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