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노동자 죽음 앞에 '침묵'하는 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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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이 23일 경산 CU 편의점 노동자 살해사건 유가족들과 함께 편의점 CU본사인 BGF리테일 앞에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 = 김소윤기자)

경산 CU 편의점 노동자 살해사건 '100일'…본사에 재차 사과 요구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이 23일 경북 경산 CU 편의점 노동자 살해사건 유가족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편의점 CU 본사인 BGF리테일 앞에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건이 일어난 지 이날로 100일이 됐지만 BGF리테일은 여전히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데다 보상은커녕 유감 표현조차 없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알바노조 측은 "사건 발생 이후 CU본사측에 책임과 보상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본사에서는 점주와 대책 협의와 안전 부분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확인한 결과, 이는 완전히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CU 본사는 단 한번도 유가족 측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가족 측에서 통화를 시도했음에도 고의적으로 소통을 차단하는 태도를 보였다"라고 항의했다.

이어 "장례식에서조자 BGF리테일 측에서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고, 조문 역시 없었다"라며 "단 한마디의 공식적인 유감표명도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알바노조 관계자는 "이날 재차 CU본사에 경산 CU 편의점 노동자 살해사건과 관련한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공문을 통해 가맹점에서 벌어진 일이니 가맹점주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라며 "자사 로고송을 들으며 자사 매장 안에서 자사 유니폼을 입은 채 죽은 노동자의 죽음을 이렇게까지 모른 척 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항변했다.

앞서 지난해 12월14일 새벽 3시30분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 CU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알바노동자가 살해당했다. 20원짜리 비닐봉투값을 지불하는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분을 이기지 못한 손님이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그를 찌른 것이다. 이 알바노동자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매년 편의점에서 300~400건에 이르는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가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은 경찰신고와 CCTV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빈약한 안전대책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초 CU편의점에 탈출구나 방어벽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사회적 대책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전히 편의점에선 효과적인 공간 활용이라는 명목 하에 탈출구 없는 'ㄷ'자 카운터 구조의 계산대가 설치되고 있다.

▲ 여전히 편의점에선 효과적인 공간 활용이라는 명목 하에 탈출구 없는 'ㄷ'자 카운터 구조의 계산대가 설치되고 있다. (사진 = 김소윤기자)

이렇듯 이 사건은 편의점 업계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알바노조 측은 "그간 편의점 본사는 가맹사업구조의 맹점을 이용해 야간 영업을 강행해왔고, 그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면서도 안전과 관리의 비용은 편의점 알바노동자가 맨몸으로 짊어지도록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홍종기 노무사는 "본사는 가맹본부로서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으며 가맹사업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본사의 지휘·감독의 통제 하에 있다"며 "따라서 가맹점에 일어난 일들에 있어서는 본사는 책임을 져야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 야간 노동은 24시간 개방돼 있고 외부인 등 '누구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당초 본사는 외부인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보호대를 설치했어야 했다"라며 "그러나 CU본사는 위험이 예견된 상황이었으나 안전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또 이번 일로 인해 법적인 책임이 있는 것을 지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알바노조 측은 경산 CU 편의점 노동자 살해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과 박재구 대표의 유가족에게 공개적인 사과 △유가족에게 합당한 보상 △편의점 알바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 대책 마련 △무리한 야간 영업 중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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