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제살 깎기' 우려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제살 깎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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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의 고급 브랜드인 '디 에이치' 단지 문주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너도 나도 '프리미엄'"기존 입주자 불만 커질 수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 아파트 브랜드 대신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이며 고급 주택 수요자들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분양시장이 침체된 요즘 상황에서는 자사 브랜드끼리 경쟁이 심화되는 등 '제살 깎아먹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롯데캐슬'과 별도로 강남권·고급 단지에 적용할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그니처 캐슬'이 거론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서는 초호화 레지던스 '시그니엘'과 현 공동주택 브랜드인 롯데캐슬을 융합한 명칭이다.

새로운 명칭이 적용되는 단지는 최근 롯데건설이 수주한 서울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 사업장이 유력하다. 롯데건설은 대치2지구 수주 과정에서 건물과 건물을 잇는 스카이브리지 설계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4월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와 별도로 고급 주택 시장 공략을 위한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디 에이치(THE H)'를 론칭했다. 그룹명인 현대의 앞 글자에서 따온 디 에이치는 현대건설이 새롭게 론칭하는 고급 주택 브랜드답게 일반 아파트와는 차별화한 하우징 컨시어지 서비스 등 다양한 특화 설계·서비스가 도입된다.

브랜드가 처음 적용된 '디 에이치 아너힐스'는 3.3㎡ 당 평균 4137만원이라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100.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공략하고자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했다"며 "프리미엄 아파트 시장에서도 기업 브랜드 인지도 1위 건설사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고급 브랜드 '아크로'를 선보였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3년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선보이면서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가 413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가 분양가를 책정,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아크로 리버하임', '아크로리버뷰' 등 지속적으로 고급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앞 다퉈 고급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서울 강남권 등지의 고급 주택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건축 수주에서도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고급스러운 이미지였던 브랜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고급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브랜드 고급화 바람은 분양 열기가 이어질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해 분양가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분양시장이 침체될 경우 자사 브랜드끼리 경쟁이 심화되는 등 '제살 깎아먹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기존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반포 삼호가든3차 입찰 당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과 기존 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GS건설과 대우건설 등은 고급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기보다는 기존 브랜드에 '그랑', '써밋' 등 새로운 이름을 더해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급 수요층을 목표로 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상황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보다 상위 브랜드의 아파트가 생겨나는 데 따른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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