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中 대신 동남아' 눈돌리는 식품업계
[이슈분석] '中 대신 동남아' 눈돌리는 식품업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선 실패·동남아선 성공'…몰려드는 기업들
"中 진출 쉽지 않아"…CEO 발언 재조명 받기도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 버거&치킨 브랜드인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대표는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중국 진출에 실패한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중국 진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06년 중국에 7개의 매장을 오픈했는데, 상당수 중국인들이 가맹사업의 근간인 '신뢰관계'를 잘 지키지 않아 혹독한 실패를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외식업계들이 중국 대신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대응 방안으로 대중(對中) 의존도를 줄여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카페베네 사례부터 시작해 점차 중국진출에 실패한 기업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21일 식품 및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지난해 9월 국내 외식업체 처음으로 라오스에 진출했다. 이미 1998년 베트남 1호 매장을 낸 롯데리아는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253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현지 패스트푸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롯데리아는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동남아 5개 시장에서 거점을 확보한 상태다.

▲ 롯데리아의 베트남 쩐흥다오점 모습. (사진=롯데리아)

앞서 롯데리아는 1994년 중국 베이징에 업계 최초 해외 1호 매장을 출점시키며 하얼빈까지 확장했다. 지난 2000년 '북경낙천유한공사'(베이징롯데리아)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인들을 가맹점주로 계약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통해 매장수를 늘려가려고 했으나, 2003년 베이징과 하얼빈 매장을 모두 철수시켜야만 했다.

당시 팥빙수와 오리고기를 이용한 버거출시 등 중국인 입맛에 맞춘 새로운 매뉴개발에 노력에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맥도날드와 KFC 등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마케팅이 없었던 데다, 식자재 등 경영자원 부족이 주 실패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동남아 같은 경우엔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낮을 정도로 경쟁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중국 진출에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동남아 진출은 성공적으로 이끌게 됐다는 것.

이렇듯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은 결코 쉽지 않은 모습이다. 과거에는 낮은 인건비와 넓은 대륙만큼이나 매력적인 내수시장, 저렴한 비용으로 원부자재 확보 등으로 중국 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환상을 품을 국내 기업들이 여럿 있었다.

201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가 중국 진출에 쓴 맛을 보면서 중국 사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진출한 지 3년 후 상하이의 인테리어업체가 공사대금 605만위안(약 10억5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데다가 텃세까지 더해져 카페베네는  재무상태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특히 가맹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문제까지 불거지자 당시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발을 뺐다는 소리도 들린다. 시장에서는 카페베네가 중국 사업을 너무 쉽게 봤기 때문에 이 같은 실패를 맛보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 롱비엔 지역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베트남 소비자들이 참이슬과 진로24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하이트진로)

주류업계는 중국시장을 좀 더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최근에는 동남아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현재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전체 매출에서 중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으로 극히 미미한 상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품업계들의 해외 진출이 동남아로 다변화 추세인 데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자국인의 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그 진입장벽을 뚫는 게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중 하이트진로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소주 세계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소주는 한류 생활문화의 한 일부분이자 고도수화된 동남아시장에 잘 맞는 제품이기도 해서 그 판매가 점차 늘고 있다.

2011년 태국의 최대 주류기업인 '분럿(Boonrawd)그룹'과 소주 수출, 유통계약을 맺었으며, 필리핀에서는 2012년부터 현지 편의점 본사와 계약을 통해 200여개 점포에 참이슬을 입점시켜 현지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법인을 설립했는데, 이는 하이트진로가 출범 이후 첫 번째 설립된 해외 법인이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이 속속히 동남아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도 최근 미얀마에 식용유 공장을 완공하고, 베트남에서는 시장 확대를 위해 남부 제분공장을 증설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의 경우에도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제2의 도시 수라바야 주안다국제공항에 매장을 열었으며, 최근에는 위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CJ제과제빵학과를 열어 진출하기도 했다.

국내 토종기업 미스터피자는 최근 베트남과 태국에 잇따라 매장을 열었다. 2018년까지 베트남에 10개 이상의 매장을 개설해 다점포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연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