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세대' 中 상장사 주가 '지지부진'
[초점] '2세대' 中 상장사 주가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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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장 中기업 6곳중 3곳, 공모가比 13.7%↓
"성장성·주주 친화적 행보에도 투자자 불안 여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이른바 '2세대' 중국계 상장사들이 신통찮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호실적을 시현하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앞세웠음에도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는 수년 전부터 지속돼 온 '차이나리스크', '차이나 디스카운트' 등 중국계 상장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이 아직 희석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6곳 가운데 3곳이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평균 마이너스(-) 1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중국의 완구·콘텐츠 전문기업 헝셩그룹은 이날 전장 대비 160원(5.13%) 내린 2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사드 보복 수혜주'로 거론되며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던 당시의 상승분을 크게 반납하며 2000원대로 돌아온 모습이다.

특히 공모가(3600원)와 견줘서 17.77% 떨어진 수준으로 밀려났다. 이와 함께 중국계 자동차 전장 하이테크 전문기업 로스웰인터내셔널과 신소재 기업 그레이트리치과기유한공사(GRT)도 이날 각각 공모가 대비 12.96%, 10.6%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또 다른 중국계 상장사인 화장품 기업 오가닉티코스메틱과 합성운모 전문기업 크리스탈 신소재는 공모가 대비 각각 7% 가량 올랐지만, 몇 달째 지지부진한 국면에서 흐르고 있다. 그나마 중대형 트랙터 휠,타이어 제조기업 골든센츄리가 37% 수준 상승했지만, 이마저도 52주 신고가(8080원)를 터치했던 지난달 말에 비해 40% 내려앉은 상태다.

이들 기업은 최근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년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당시, 투명한 경영 활동과 함께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약속했고, 대부분 지켜내고 있다. 이에 주가 상승 재료가 충분한 상황이지만, 좀처럼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로스웰은 지난 13일, 보통주 1주당 52원의 현금배당을 한다고 밝혔다. 총 배당 규모는 약 47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9월 연결 기준 순이익의 16% 수준이다. 회사는 또, 22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 코스닥에 상장한 2세대 중국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저우샹동 로스웰 대표는 "코스닥 상장 후 첫해부터 주주로의 이익환원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현금 배당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현재의 사업 성과와 향후 로스웰의 성장성에 비해 현재의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헝셩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통주 1주당 54.89원, 총 배당금액 43억9158만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골든센츄리 역시 보통주 1주당 85.08원을 소액주주에게만 지급하는 차등배당을 하기도 했다.

특히 로스웰의 경우, 주주친화 정책과 함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59.4% 급증한 360억원을 달성하는 등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그간 주식시장에 파문을 불러온 '고섬 사태', '중국원양자원 사태' 등 중국계 상장사의 만행에 의한 '차이나 리스크',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아직 잔존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기업 고섬은 지난 2013년 1000억원대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된 뒤 상장이 폐지돼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고, 중국원양자원은 대여금과 이자 등을 갚지 못해 지분 30%가 가압류됐다는 허위 공시를 일으켜 거래가 중지된 바 있다.

이외에도 중국계 기업들이 나쁜 선례를 남기고 퇴출되면서, 주식시장에 큰 논란을 낳기도 했고, 이에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이에 관련 기업들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러한 '중국 트라우마'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장성이 충분하고, 주주친화적 정책을 적극 펼치기에, 중국 기업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사라지고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기업들의 뚜렷한 향후 성장성과 함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매력도 부각되면서 시장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적극적인 IR 활동과 주주친화적 행보 등 차이나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향후 주가 반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올해 국내 증시하는 출사표를 내미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 기업은 총 13곳으로, 지난해(6곳)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중국 기업(15곳)에 버금가는 규모다.

신한금융투자 IPO 관계자는 "한국 증시의 유동성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선두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한 측면이 있다"며 "비교적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를 산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시장의 매력 요소로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IR 업체 관계자도 "한국이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비교적 자본시장이 선진화돼 있다"면서 "향후 연구개발·기술력을 앞세운 한국과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주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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