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왼쪽)과 롯데제과 본사 (사진 = 각 사)

오리온·해태, 판관비로 비용처리…롯데는 기준 모호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제과회사들이 신제품 개발보다는 리뉴얼 제품을 다시금 쏟아내거나 장수브랜드를 이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면서 제과업계의 쥐꼬리만한 R&D(연구개발비) 비용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에 오리온과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국내 대표적인 제과업계 '빅3'의 R&D 투자 규모와 사용처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31억18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에서 0.62%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같은 기간 롯데제과는 74억1400만원으로 0.44%, 해태제과의 경우에는 22억원으로 0.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굴지의 제과업계 빅3의 R&D 비용은 1%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며, 또 지난 3년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됐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수치는 연결제무재표 기준으로, 개별회사로만 놓고 봤을 때 R&D 비용은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각 회사별로 '연구비'와 '개발비'를 각각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연구단계에서 그 성과가 미래에 특허권이나 자산으로 인식될 것으로 기대된다면 회사에서는 회계상 무형자산 항목에 해당하는 '개발비'로 처리한다. 반면, 연구원들의 인건비나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로 비용 처리한다.

우선 오리온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사용한 31억1800만원 중 원재료비 7억8500만원, 인건비 22억3200만원, 위탁용역비 1000만원, 기타 8100만원을 모두 판관비로 처리됐다. 해태제과도 원재료비 3억9500만원, 인건비 14억8800만원, 감가상각비 3억3700만원 등을 합산해서 연구개발비 22억원을 비용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롯데제과의 경우 R&D 비용을 판관비도, 개발비(무형자산)도 아닌 제조경비로 회계 처리해 기준이 모호한 상태다.

즉 롯데제과를 제외하고 최근 오리온과 해태제과는 연구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판관비로 사용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덜 드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게 유리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과도하면 분식회계라는 오해도 사기 때문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 제과업은 애당초 연구개발비 자체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자산'으로 인식하든 '비용'으로 처리하든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과회사 자체가 제약이나 게임회사처럼 대규모의 R&D 프로젝트를 할 필요가 없는 데다 적극적으로 R&D를 진행한다고 해도 이들 업종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덜 들것이라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한미약품 같은 경우엔 R&D 비용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였으며 이외 기타 제조업은 5% 수준이다.

실제 오리온이 지난해 투자한 연구개발실적을 살펴보면, 유산균을 첨가 다양한 제형의 캔디제품 개발, 마시멜로우시럽을 활용한 시리얼바 제조기술 등이었고, 롯데제과의 경우 발효유 1% 함유된 딸기 요구르트맛 젤리나 카카오 케익에 바나나 크림이 함유된 과일맛 제품 개발 등이었다. 해태제과의 경우에도 기존 대비 2배 두꺼운 웨이브 감자칩에 허니버터맛을 조화시킨 '허니더블칩' 등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 즉 제과업계는 주로 맛을 다양화시키거나 두께로 리뉴얼하는 등에 사용하기 때문에 업종상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제과업계가 게임이나 제약회사 등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 아닌 만큼, R&D에 대규모의 투자금을 쏟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게임업체나 제약회사들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거나 그 규모가 작으면 생존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과회사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연구개발비에 대한 어느 정도 환상을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