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자영업자 대출 '뇌관'…'2차 풍선효과' 현실화 우려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내면서 134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 빚 뇌관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일찌감치 치솟아 5%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고, 당국의 규제망을 피한 고금리 저축은행, 대부업으로의 '풍선 효과'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저소득층, 자영업자의 경우 변동금리나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의 비중이 높아 금리가 오를수록 부실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가계대출 5% 목전…"시장 금리 진정돼도 오른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이 올 1월중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1%p 오른 3.39%를 기록했다. 2.95% 수준이었던 지난해 8월 이후 5달 연속 상승세를 거듭한 것이다.

미국의 3월 금리 인상 전망이 유력해진 이달부터는 상승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신한은행의 금융채 5년물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월 말 연 3.32~4.43%에서 지난 15일 3.43~4.54%로 0.1%p 급등했다. 우리은행의 5년 고정혼합 상품은 3.49~4.49%로 보름 새 0.12%p 올랐고, KEB하나은행의 5년 고정혼합 상품도 3.49~4.81%로 같은 기간 0.13%p 상승했다.

미국이 올해 2번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 금리도 상승 곡선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2% 중후반대 였던 주담대 금리가 조만간 5%대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이 가계부채를 조이고 있어 미국발 시장금리 상승이 진정되더라도 대출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이 대출 확대에 신중을 기하게 되면서 대출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가산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가계대출 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도권 밖 '풍선효과' 가능성…대부업 대출 전이 우려도 

정부가 지난해부터 뒤늦게 가계부채 대책에 손을 뻗었지만, 질이 낮은 대출로 수요가 이전되는 풍선효과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출 길이 막힌 가계가 은행에서 2금융권, 비제도권 금융으로 이동할 수록 금리는 급등하고, 부실 위험성도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올 1월중 6.09%에 달했고, 상호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3.56%로 급등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저축은행은 올 1월 21~26% 수준, 상호금융은 23%대로 치솟았다.

이에 정부도 이날 가계부채 관련 관계부채 회의를 열고 상호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한 자릿수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당국은 올해부터 은행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의 풍선효과로 급증했던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의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

문제는 대부업으로의 2차 풍선효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대부업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않다는 분석도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통계 상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액 8조5000억원에서 뚜렷하게 설명되지 않는 3조원의 일부가 대부사업자 대출일 가능성이 있다. 대부업 대출의 경우 고금리 소액신용대출 취급이 많아 1~2조원만 늘더라도 이용자 수는 더 많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2금융권 대출 규제가 은행이나 보험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도 나와 대책 효과도 지켜봐야하는 문제다. 보험업의 경우에는 지난해 7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지만, 오히려 가계대출 규모가 확대돼 의문을 낳았다. 보험업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3분기 1조9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커졌다.

◇금리 1%p 상승 땐 이자 부담 9조원 불어…취약계층 충격↑

가계 빚 규모가 꾸준히 불어난 만큼 가계가 짊어져야 할 금리 상승 부담도 막대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국회 업무보고에 제출한 분석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우리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은 9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말 기준 가계신용은 1344조원을 넘어섰다.

한계가구의 부담은 더 크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가처분소득의 40%를 원리금 상환에 쓰는 한계가구의 경우,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금융부채가 25조원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저소득·저신용, 자영업가 금리 상승 취약 계층으로 꼽힌다. 당장은 금리가 낮지만 리스크가 높은 변동금리 대출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예정일에 상환하지 못하면 금리가 오른 이후 대출을 또 다시 갈아타야 하는 일시 상환 방식의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10개 신용등급 중 7∼10등급인 저신용 차입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연구원 분석 자료에서는 자영업자의 일시 상환 대출 비중이 70%에 달해 무직자(71%)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64%)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조영무 위원은 "가계부채 리스크가 금융기관에서 가계로,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주택가격 급락 리스크에서 소비 둔화 리스크로 변화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이 질이 낮은 대출로 옮겨가면서 이들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내수 소비가 위축될 리스크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