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인상에 칼빼드는 정부…BBQ '좌불안석'
치킨값 인상에 칼빼드는 정부…BBQ '좌불안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식품부 "육계 사전계약 공급 가격 올릴 명분 없다"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1위 비비큐(BBQ)가 가격인상을 예고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세무조사 등을 거론하며 칼을 빼들었다. 특히, 비비큐가 사실상 '정부의 치킨가격 담합 방지 간담회'나 진배없는 이날 '외식업계 간담회'에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갈등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15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편승한 부당한 닭고기 가격인상 방지를 위해 긴급 수급 및 가격안정 대책을 추진키로 하면서 이날 외식업계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간담회 목적에 대해 "외식산업 발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AI 발생에 따른 닭고기 수급 불안을 기회로 치킨 등 닭고기를 원료로 한 식품가격이 인상되는 사례가 없도록 식품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육계협회 의견에 따르면 치킨업계는 닭고기 생산업체와 공급가격 상·하한선(1600원/kg 내외)을 미리 정해 연간계약(또는 6개월)을 통해 공급받고 있어 이번 AI발생 등으로 인한 산지가격 변동을 기회로 치킨가격을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라며 최근의 치킨값 인상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치킨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는데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비비큐는 정부의 주재로 진행되는 '외식업계 CEO 간담회'에 불참의사를 내비쳤다. 비비큐는 오는 20일부터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대행 수수료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모든 메뉴 가격을 9~10% 올릴 예정이다.

또 프랜차이즈의 경우 닭고기를 시세 반영 방식이 아닌 사전 계약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으므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닭고깃값 급등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올린다면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측의 판단이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통상 치킨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0% 내외이므로 닭고기 산지가격의 등락이 치킨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치킨업계가 과당경쟁에 의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신 메뉴(소스 등) 개발, 다양한 부가서비스(배달, 음료제공 등) 제공 등에 따른 가격인상 요인을 AI로 인한 닭고기의 수급 불안을 핑계로 소비자가격을 인상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비비큐가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전면 보류하거나 철회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비비큐의 구체적인 입장은 미국 출장 중인 윤홍근 제네시스BBQ 그룹 회장이 이날 귀국하고 난 뒤 논의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촌치킨, BHC, 굽네치킨, 네네치킨 등 프랜차이즈치킨업체는 업계 1위인 비비큐의 가격인상에 일단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최근의 정부가 비비큐에 칼자루를 겨눈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네네치킨 관계자는 "비비큐가 가격 인상을 한다고 해서 같이 올릴 생각은 없다"라며 "현재로썬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교촌치킨 관계자도 "현재 인상 계획이 없다"라며 "지난 2012년 일부 메뉴만 가격을 인상한 적이 있었다"라고 일축했다.

최근 정부의 강경책에 가격인상을 중단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BHC 관계자는 "내부적인 의견들은 계속 있어 왔으나 이로 인한 가격인상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굽네치킨 관계자는 "닭고기 뿐만 아니라 기름값 등 일부 원재료 등이 올라서 가격 인상 시기를 고려해왔으나, 이번 일로 인해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닭고기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치킨 가격까지 올리는 것은 '말도 안되는 논리'라며 반발하는 업체도 있었다.

한 치킨프랜차이즈업체는 "닭고기가 올랐다고 해서 치킨집이 가격을 인상한 경우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라며 "닭고기 자체가 치킨가격의 일부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오르거나 내리는 등 등락도 번복하고 또 오르더라도 소폭으로만 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비비큐가 주장한 AI로 인한 닭고기 원재료 상승도 결국 '핑게'라는 것이 밝혀졌다. 실제 농식품부와 육계협회가 발표한 닭고기 산지 거래가격 2690원으로, 지난 2011년 3월과 2016년 10월에 발표된 가격과 비슷하거나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비비큐가 경쟁사에 비해 과도하게 쓰는 마케팅 비용 때문에 나홀로라도 치킨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비큐가 지난 5년간 광고비와 판매촉진비 등 마케팅 비용으로 약 488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 경쟁사에 비해 10배가 넘는 마케팅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비비큐는 지난해에도 배우 하정우를 2년 연속 모델로 내세우고, 같은해 4월 아이돌 방탄소년단을 전속모델로 선정했다. 여기에 TVN 드라마 '도깨비' 등을 통한 PPL도 진행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