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자의 날' 맞아 한국 기업들 '긴장'
中, '소비자의 날' 맞아 한국 기업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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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전면 금지된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중국 항공사의 탑승 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중국 '소비자의 날(3월15일)'을 맞아 한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풀 꺾였던 '불매운동'이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사드 보복이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중국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는 이미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중국 내 55곳의 롯데마트 매장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러한 중국의 강경 조치는 잠시 소강기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지난 14일 2곳이 더 추가돼 총 57개 매장이 문을 닫게 됐다.

롯데마트가 중국 내 운영하는 매장이 총 99개인 점을 감안하면 사업의 절반 이상(57%)이 중단된 상태다. 정상영업을 하더라도 중국 내 ‘롯데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의 SNS 웨이보에는 손님이 없어 텅텅 비어버린 롯데마트 매장을 사진 찍어 올리는 인증샷도 유행을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의 날'에 방영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 때문이다.

완후이는 중국 국영방송인 CCTV와 국가 정부부처가 공동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중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으로 꼽힌다. 1991년부터 매년 3월15일 생중계를 통해 중국 내 유통업체들과 해외 기업들의 소비자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지난 2011년 금호타이어가 완후이에 방영됐다. 타이어 생산과정에서 안전 기준치를 넘어선 재활용 고무를 사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종 조사에서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나 타이어 30만개를 리콜한 후였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지난 1일부터 업계에서는 완후이에 롯데가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롯데뿐만 아니라 삼성 갤럭시 노트7 등도 배터리 폭발사고를 빌미로 명단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15일을 기점으로 내린 한국 관광 금지령도 국내 관광·면세 업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지난 12일 기준 11만7708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여행을 취소했다. 크루즈선에 탑승한 채 집단으로 하선하지 않고 그대로 중국에 다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중국인 단체 여행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중국노선 이용자는 27만5979명이었지만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확정한 이후(2월 27일~3월 5일)에는 24만7002명으로 2만8977명이 줄었다. 3월6일부터 12일까지는 21만5316명으로 급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중국발 항공편 1200여편 중 79편(약 6.5%)의 운항을 중단한다. 중국노선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은 15일부터 26일까지 11편, 이어 내달 30일까지 79편 등 총 90편의 운항을 줄인다.

이에 국내 관광·면세업계는 차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만큼 이를 잃었을 때 리스크도 높다는 지적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 대신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장기화 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최대한 숨죽이며 살펴보고 있는 상태"라며 "CCTV 완후이가 어떤 제품을 타깃으로 방송을 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관광객들이 대부분 한국 화장품을 쇼핑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만큼 한국 화장품이나 안전에 민감한 먹거리 상품 등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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