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홍위병의 부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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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중국인들의 한국을 향한 분노가 도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종 압박에 뒤따른 한국산 불매운동 등이 한국에 대한 증오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특히 인터넷미디어를 통한 증오 확산 속도는 중국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지 중국 정부도 적절한 선에서 관리하기 위해 나서는 모양새다. 중국의 이런 한국 증오 현상은 사드의 국내 배치에 반대하던 한국 국민들마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감정보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더 커져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중 간 외교의 역사는 짧다. 그런 만큼 양국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는 한 작은 자극에도 쉽사리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관계이기도 하다.

실상 한중 간 역사적 관계는 그다지 평탄하지 못했다. 고려가 원나라에 의해 황제국에서 원나라의 부마국으로 전락한 이래 이성계의 조선은 아예 당대의 최대 제국이었던 명나라의 신하국을 자처하고 나섰다. 게다가 지나친 친명정책이 빚은 뼈아픈 자충수로 신흥강국이던 청나라의 침략을 받고 왕이 삼구고례를 하는 참담함을 당하기도 했다.

비석에 버젓이 ‘유명조선(有明朝鮮) 아무개’라고 자랑하듯 기록을 남긴 지배계층은 그런 관계를 당연시했을지 모르지만 민중들은 그리 순순히 그런 관계를 수용한 것도 아니었던 듯하다. 명이나 청인에 대한 대중의 감정은 ‘떼놈’이라는 비속어로 표현될 정도로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일제치하에서는 우리의 망명정부도 그 땅에 세워졌고 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 거점도 주로 현재 중국의 땅에 세워졌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우호적인 시기였다. 물론 그들도 일본제국과는 싸우는 중이었던 데다 영토를 제대로 관리할 정부도 없었기 때문이지만.

그런 그들은 한국전쟁에 대거 참전하며 유엔군 참전으로 반전의 기회를 얻었던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자면 그 기세를 다시 뒤집은 ‘적’이었던 기억도 남겨뒀다. 한국전쟁 중 러시아가 자신들의 무기는 넘겨주되 전투 병력은 뺐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한국전쟁의 구원(舊怨)을 덮고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과 서둘러 수교관계를 맺었다. 일본과의 수교를 서두르느라 대일청구권 협상도 날치기로 했듯이 옛일을 아예 따져보지도 않았다. 미`중 관계개선으로 이미 트인 물꼬로 나아가길 거부할 형편도 아니었지만 중국의 그 많은 인구가 매력적인 시장으로만 인식돼 앞뒤 잴 것도 없이 서두른 것이다.

그렇게 서둘러 관계를 맺은 게 1992년이다. 이제 겨우 25년 된 짧은 역사다.

과거 역사에 대해서도 식민사학의 잔재가 너무 짙어 제대로 된 관계사 연구가 부족한데다 현대 중국사회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폐쇄적 사회였던 조선에서조차, 일제의 그 궁핍한 살림살이 기간에 조차 이 땅에 와서 장사하던 중국인들의 상인기질에 대한 고려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다.

그런 중국에서 너무 많은 자원을 쏟아 부은 기업들이 지금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한때는 값싼 인건비를 쫓아갔고, 중국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면서는 그 머릿수에 홀리듯 넓은 시장을 찾아 날아갔다. 그들 시장의 함정은 제대로 파악할 생각조차 않은 채.

지금 중국은 한국기업에 유독 압박을 가하는 듯도 싶지만 지금 중국에 부는 배타적 광풍은 자칫 중국정부가 외교적 지렛대로, 분열위기를 겪는 다민족의 통합을 위한 계기로,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외화사용을 자제시키며 성장하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담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넘어서 제2의 홍위병시대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단기간에 자신감이 차오른 중국 젊은이들이 처음에야 정부의 선동에 휩쓸린다지만 배타적 충동에 맛들이면 시대를 거꾸로 갈 위험성은 언제든 있는 법이니까.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넘어 미국 기업 불매운동 운운하는 정부 기관지들이나 국수주의적 인터넷 블로거 등을 보면 아직은 중국 정부가 자신 있게 컨트롤하는 것 같지만 대중의 힘은 늘 정부 권력이 원하듯 그렇게 안전한 행로만을 향하지 않는다. 그건 역사가 잘 보여주는 일이다.

그런데 누누이 강조하지만 외교란 늘 상대의 약점 하나쯤 잡고 있어서 이번 같은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숨겨둔 카드는 갖고 있어야 하련만 어찌된 나라가 협상을 위한 카드 한 장 숨길 줄을 모르는지 한숨이 나온다. 매달리고 사정하는 게 외교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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