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하 한국IT법학연구소장

최근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정보처리 과정에서 자신의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돼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이용자의 동의 없이 이용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한 현행 '클라우드컴퓨팅법'의 입법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기술의 등장, 네트워크의 고도화 및 정보의 대용량화가 가속화되면서 정보기술을 악용한 범죄에 신속히 대처해야 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공공안전을 위해 범죄정보의 수집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게 됐으며, 이로 인해 '수사기관의 정보수집 요구'와 '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간의 긴장관계가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예컨대, 2014년 4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중범죄나 테러 수사를 위해 28개 회원국의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적어도 6개월에서 2년까지 전송데이터를 보관하도록 요구했던 EU 데이터 보존지침(data retention directive)의 폐기를 결정한 바 있다. 물론 동 지침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이나 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조직범죄나 테러 대응에 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이러한 방식은 사생활 존중 및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기본권을 심각한 방식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경우에도 최근 제정된 수사권법(Investigatory Powers Act)에서 범죄수사를 위해 1년 동안 시민의 인터넷히스토리를 기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2017년 1월 영국의 변호사단체인 'Liberty'는 동 법이 전례없는 정보감시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에도 경찰의 통신추적시스템 사용으로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동 시스템은 기지국(cell tower) 기능을 모방해 핸드폰의 위치를 추적하고 특정한 텍스트 메시지 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인데, 이에 대해 2014년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용의자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추적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Commonwealth vs. Shabazz Augustine)한 반면, 지난해 11월 제7 순회 항소법원은 위스콘신 경찰이 영장 없이 자신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추적시스템을 불법 사용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도 했다.

나아가 클라우드컴퓨팅 환경의 확산에 따라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용자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한지도 문제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2016년 7월 제2 순회 항소법원은 미국 정부가 미국 영토 밖의 서버에 저장된 고객 이메일 정보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Microsoft v. United States)고 판결한 반면, 2017년 2월 펜실베이니아 동부 지방법원은 해외에 저장된 이메일 정보를 공개하도록 구글에 명령하는 등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정보기술의 발전 속에서 수사기관은 신속한 범죄 대응을 위해 디지털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정보를 압수수색할 경우, 피의자 또는 범죄와 무관한 제3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고,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수사비례의 원칙).

마찬가지로 우리 형사소송법도 '임의수사를 원칙'으로 하면서 강제처분은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로 한정(강제처분법정주의)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 발전에 대응한 통신수사, 디지털 포렌직(digital forensics) 등의 새로운 수사기법도 그것이 '임의수사의 범위를 넘는 한', 법률에 근거해 법적 통제 속에서 디지털 적법절차(Digital Due Process)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이 등장하는 과학수사 기법에도 영장주의가 적용되는지 문제될 수 있겠지만, 영장주의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보호하고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강제처분에 대해 사법심사를 받도록 한 헌법상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수사기법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권리·이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처분인 때에는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유지돼야 할 법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