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 준수하라"…기업들, 中 사드 행정 보복에 속수무책
"법규 준수하라"…기업들, 中 사드 행정 보복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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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베이징의 한 식당에 '한국 손님 거부'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후폭풍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았다. 롯데그룹과 면세점의 공식 홈페이지가 공격받고 불매 운동이 확산 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의 경국 (중국의)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사드 보복'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물리적' 보복이 아닌 '행정적' 보복으로 해석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 중문 홈페이지는 지난달 28일부터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지난 1일에는 롯데인터넷면세점 중문 사이트가, 2일에는 롯데인터넷면세점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 4개국 사이트가 모두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또 중국 산둥성 칭다오 검험검역국은 최근 롯데의 요구르트 맛 사탕 600kg, 300박스를 소각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에 금지된 첨가제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는 이유다. 현재 그룹은 롯데제과를 통해 사실 확인 중에 있다.

중국 최대 뷰티 쇼핑몰 쥐메이는 창사 7주년을 기념하는 3월1일 판촉 행사에서 롯데 제품을 모두 제외했다. 천어우 쥐메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SNS 웨이보에 "이번에 롯데 상품을 모두 내렸다. 앞으로도 팔지 않겠다"고 작성했다. 그는 4681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글에는 12만명이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2015년 9월부터 제휴를 맺어온 중국 온라인쇼핑사이트 징동닷컴은 지난해 7월부터 롯데마트관을 폐쇄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한국 브랜드 상품들도 자취를 감췄다. 이외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텐마오도 지난달 롯데플래그숍을 폐쇄시켰다.

중국 식품업체인 웨이룽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롯데마트 장쑤 옌청점에 제품을 이미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웨이롱은 두부스낵 회사다. 쑤저우에 위치한 식품회사 타이더우도 "한국 롯데와 관련된 곳에 입점한 모든 제품을 철수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롯데와 비즈니스 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 싱크탱크인 차하얼 학회도 롯데 계열사와 관련된 소비 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지난 28일 방한 전 예약했던 롯데호텔 숙박을 취소했다.

중국 현지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엄중해졌다. 3조원가량 투입된 '롯데월드 선양'은 지난해 12월 긴급소방점검을 받았다. 이후 중국 당국은 롯데에 공사 중단을 지시했다. 이 밖에도 롯데마트·제과·석유·화학 등 각기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긴급 위생·안전·소방점검을 받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롯데 때리기'에 나서며 소비자 불매운동은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는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불매운동 확산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방송 CCTV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완후이'에 롯데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해외기업들의 제품을 집중 조명하며 '저승사자'라고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반한정서가 빠르게 퍼지면서 롯데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삼성과 현대 등을 거론하며 한중 갈등 심화가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삼성과 현대, 롯데, 농심, 오리온, CJ오쇼핑 등으로 꼽힌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중국 진출 국내기업은 3600여개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물리적으로 '사드 보복'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 상무부는 '사드 보복' 논란과 관련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면서도 "(중국의)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롯데가 성주골프장 부지 제공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던 지난해 11월 말부터 실시한 긴급 점검과 세무조사 등을 빌미로 행정적 제재를 가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방어조치라는 원칙을 당당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중국에 개의치 않고 사드 배치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사드 배치 관련 협박과 경제적 보복조치에 대해 "중국 내 여러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정부는 주중공관 관계부처, 유관기관 간 협업과 긴밀한 소통, 태스크포스(TF) 회의 등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당국의 수위 높은 제재와 반한 감정 확산에 대해 국내에서는 반중 감정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꼭 확인하고 구입 안하겠다", "중국이 (한국 기업) 불매운동을 하면 우리도 중국산 김치를 먹지 않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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