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프리뷰] 가중되는 中 사드 보복…관련株 변곡점은 언제?
[마켓프리뷰] 가중되는 中 사드 보복…관련株 변곡점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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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롯데그룹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로 성주 골프장을 제공하기로 한 것을 두고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당장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내 불매운동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은 사드 악재에 즉각 반응해 중국 관련주들이 하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간헐적인 주가 부침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르면 5~7월께 사드가 실제 배치되고 중국의 보복 조치가 정점에 달할 경우 관련주들의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 봤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롯데쇼핑은 전 거래일 대비 0.86% 내린 23만10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이외에 롯데제과(-2.74%), 롯데칠성(-0.1%), 롯데푸드(-0.93%), 롯데케미칼(-0.1%), 롯데하이마트(-1.5%) 등 대부분 롯데그룹주들이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롯데그룹이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사드 부지 제공을 확정하자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과 한국이 사드를 추진하는 것은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안전과 이익을 훼손한다"며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 투자심리에 부적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에 대한 중국의 압박 강도는 불매운동를 중심으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SNS에는 '롯데보이콧', '사드를 지지한 롯데',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 등의 글이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중국의 쇼핑 사이트 징둥닷컴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롯데마트관을 돌연 폐쇄했으며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는 중국 내에서 롯데마트에 대한 검색을 사실상 차단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는 해킹 공격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접속이 마비됐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시장경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만 공산당 일당독재가 이뤄지고 있어 당국의 지시를 받는 관영 매체를 통해 불매운동을 조장한다. 롯데의 부지 제공으로 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자 중국 관영언론들이 "롯데 등 한국기업들을 중국시장에서 퇴출시키라"며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8일 롯데그룹주들 외에 중국 관련주들이 대다수 하락한 것도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 중국 관련 매출이 줄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에스엠(-3.77%), 와이지엔터테인먼트(-2.35%), JYP Ent.(-2.84%) 등 엔터테인먼트주들은 물론 화장품주 에이블씨엔씨(-2.43%), 아모레퍼시픽(-1.63%), 한국콜마(-1.41%), 잇츠스킨(-0.84%), 연우(-0.63%) 등 중국 관련주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염지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주가는 당분간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까지는 사드 이슈가 관련주들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드 갈등 재점화로 인한 하락세가 2~3일에 그쳤고 이후에는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는 판단에서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사드 이슈로 관련주들의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수 있겠지만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명확한 제재조치를 내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관론은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따라 중국이 직접적으로 한국의 수출에 제재를 가하는 등 무역보복을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 역시 "직접적인 사드 보복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중국의 노골적인 무역 분쟁 사례를 고려할 때 향후 외교, 무역, 문화, 금융 등 다방면에서 추가적인 제채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배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무역의 대(對)중국 수출의존도는 2016년말 기준 26.7%로 절대적인 1위 수준이다.

다른 요소들도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중국의 대한국 주식투자도 지난해 초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17조4000억원의 가장 많은 국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금융관련 제재조치의 제스처만으로도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변경록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계획대로 5~7월에 사드를 실전 배치하기 위해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배치 확정성은 올해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 결정되고, 이 때가 관련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5~7월 실전 배치가 끝나면 그때가 바로 본격적인 사드 이슈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드가 실제 착공돼 한·중 갈등이 최정점에 달하면 이미 고강도 규제와 우려가 더해진 엔터테인먼트, 화장품업종 등은 저점 출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슷한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해 5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의 대만 관광객이 급감했고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과 이에 따른 국내 관련 산업 후유증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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